한국 천주교의 230여 년 역사를 집대성한 유물 203점이 사상 처음으로 ‘세계 가톨릭의 심장’ 바티칸에서 전시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다음달 9일부터 11월17일까지 바티칸박물관에서 한국천주교 유물 특별기획전을 연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한국 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을 주제로 바티칸박물관 52개 전시실 중 하나인 ‘브라치오 디 카를로 마뇨홀’에서 열린다.

전시에는 기해·병오박해의 참상을 목격한 8명의 증언자가 16명의 순교자에 대해 증언한 ‘기해병오 치명 증언록’과 순교자들 무덤에서 발굴된 지석(誌石), 다산 정약용이 군정의 문란을 비판한 시가 수록된 ‘목민심서’, 그의 무덤에서 발견된 십자가 등이 소개된다. 1906년 애국계몽운동에 부응해 창간한 순한글판 천주교 주간신문 ‘경향신문’ 창간호, 1910년 3월 안중근 의사가 사형 집행 전 뤼순감옥에서 하늘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한 유묵 ‘경천(敬天)’도 전시된다. 흰 한복을 차려입고 단아하게 머리를 틀어 올린 장우성 화백의 1954년작 ‘성모자상’ 등 한국 고유의 색채를 보여주는 작품들도 전시된다.

이번 특별전을 기획, 주관하는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부위원장인 원종현 신부는 “이번 바티칸 특별전은 한국 천주교 문화와 유산을 세계 교회에 알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