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독재자' 스탈린의 민낯을 파헤치다
20세기 역사에서 스탈린만큼 평가가 엇갈리는 정치가도 드물다. 그는 공산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소련을 초강대국으로 만든 영웅인 동시에 잔인하고 냉혹한 독재 권력자로 인식된다.

1953년 스탈린이 죽은 이후 탈(脫)우상화 과정이 이뤄졌지만 러시아에서는 여전히 ‘강한 지도자 스탈린’에 대한 향수가 짙다. 냉전 시대 소련의 영광 회복을 표방하며 18년간 장기집권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인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 역사학자 올레크 흘레브뉴크는 최근 러시아 사회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스탈린 옹호 목소리를 우려하며 《스탈린:독재자의 새로운 얼굴》에서 그의 74년 생애를 새롭게 조망한다.

소련 해체 이후 출간된 스탈린 전기들은 대부분 소련 실패의 근본적 원인을 스탈린 개인보다 공산주의 이념과 체제에서 찾았다. 그러나 흘레브뉴크는 비판의 화살을 스탈린 개인에게 겨냥한다. 그는 △스탈린의 절대적 독재성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매몰돼 경직된 스탈린의 세계관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하는 데 매우 타산적이었던 스탈린 성품 등을 소련 사회주의 실패의 원인으로 규정한다. 그는 스탈린의 잘못된 정책이 초래한 소련 인민의 고통을 책에서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식인 행위로까지 이어진 기근, 전 인구의 3%를 강제노동 수용소에 가둔 숙청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스탈린이 불러온 막대한 고통과 사회적 손실을 상기시키고 철저히 비판해 21세기 러시아에서 그와 같은 실정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나영 옮김, 삼인, 647쪽, 3만50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