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링허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

양칭샹 지음 / 김태성 옮김 / 미래의창 / 312쪽 / 1만4000원
[책마을] "꿈꾸는 것도 사치"…중국판 '헬조선'

중국 베이징에서 100㎡(약 30평)에 300만위안(약 5억원)의 집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농민은 당나라 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밭을 갈았어야 한다. 1500위안 수준의 월급을 받는 노동자는 아편전쟁 때부터 휴일 없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 연봉 6만위안인 회사원은 1960년부터 지금까지 동일한 연봉을 유지하며 일해야 하며, 번 돈을 쓰지 않고 전부 모아야 한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일부 상류층을 제외하곤 베이징을 비롯한 대도시의 심각한 주거난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꼬집는다. 그런데 이런 현실을 가장 고통스럽고 아프게 겪고 있는 세대가 있다. 1980년 이후 태어나 ‘바링허우(八零後)’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무한경쟁과 소득 양극화 속에서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현실과도 겹쳐 보인다. 그런데 바링허우 세대를 이중으로 괴롭히는 또 한 가지 사실이 있다. 경제적 변화와 무관하게 정치적으론 사회주의 체제 속에 살고 있으며, 개인의 자유는 정부에 의해 엄격히 제한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링허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는 ‘슈퍼 차이나’의 그늘에 가려진 청년들의 고단한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다. 저자는 중국 런민대 문학원의 학자이자 시인인 양칭샹이다. 그는 “바링허우가 부딪히고 있는 현실의 변화는 규모와 깊이에서 매우 심대하다”며 “한 세대 전체가 실패를 마주하고 있다면 이는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한다.

바링허우는 문화대혁명, 대기근 등의 ‘대(大)시대’를 살아낸 부모 세대와 달리 별다른 큰 사건이 없는 ‘소(小)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경제의 무자비한 파도는 이들을 사정없이 덮치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들의 꿈은 ‘샤오즈’(小資·소자산계급이란 뜻)가 되는 것이다. 샤오즈는 서양의 사상과 생활을 지향하고 물질적 향유를 추구하는 젊은 계층을 의미한다. 저자는 “바링허우의 온갖 노력과 학습, 발전은 모두 샤오즈란 꿈의 실현을 향한다”며 “하지만 꿈은 계속 연기되고 결국엔 잔혹하게 깨지고 만다”고 지적한다.

그는 바링허우와의 개별 인터뷰도 진행, 생생한 얘기를 전한다. 공장에서 일하는 35세의 한 남성은 “영화를 고등학교 시절 이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어떤 문화적인 활동도 할 수 없다”며 “지금은 꿈을 꿀 수조차 없다”고 말한다.

힘겨운 일상에 지쳐 가장 근본적인 문제도 회피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들이 누구이며, 어느 계급에 속하고, 세계에선 어디쯤 위치하는지 말이다. 저자는 “바링허우들에게 이는 보편적 철학의 문제라기보다 역사의 문제에 가깝다”며 “그 기원부터 따져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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