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짓들의 역사
[책마을] 나쁜 짓이 문명을 발전시켰다고?

예의와 체면을 중시하는 문명사회에서는 술, 마약, 성적 일탈 등을 ‘나쁜 짓’이라고 규정하고 금기시한다. 공동체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인간의 도리에 어긋나는 악덕이라는 비판이다.

‘알아두면 재미있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다룬다고 표방하는 사이트 ‘크랙트닷컴’의 편집장 로버트 에반스는 저서 《나쁜 짓들의 역사》에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는 “나쁜 짓들은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인간의 역사를 바꾼 열다섯 가지의 나쁜 짓을 소개한다. 향락을 연상시키는 술과 파티가 대표적이다. 수렵·채집을 하며 떠돌던 인류가 농장에 정착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밀 재배로 가능해진 양조(釀造)였다. 달콤한 술이 만들어지자 사람들은 더 크고 멋진 향연을 열고 사교 모임을 늘렸다. 이 과정에서 인간 문명과 시민 조직이 움트고 인간 사회는 더 정교하고 복잡한 문화를 발달시켰다.

성 도착 또는 은밀한 취향으로 여겨지는 발 페티시도 진화에 영향을 미쳤다. 발 페티시는 성행위 감염증이 창궐한 13세기 십자군 전쟁 때, 매독이 유행한 16세기, 에이즈가 기승을 부린 1980년대 등에 가장 많이 나타났다고 한다. 페티시가 역병에 감염되지 않으면서도 성적 충동을 만족시키는 안전 메커니즘 역할을 했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저자는 종교적 숭배, 악플, 성 노동 등에 얽힌 흥미로운 역사도 전한다. 그는 “모든 악덕 뒤에는 충동이 있다”며 “충동은 파괴적일 수도 있지만 세상을 상대하는 우리의 능력을 향상시키기도 한다”고 말한다. (박미경 옮김, 영인미디어, 336쪽, 1만7000원)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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