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숲 해설가 최성용 씨 "아파트 화단·보도블록…도시 곳곳이 생태 현장이죠"
주말이면 사람들은 가까운 공원이나 한강 둔치, 교외에 있는 숲이나 산으로 떠난다. 시간이 있는 노부부는 주말농장을 찾는다. 도시를 떠나 잠시만이라도 자연과 교감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그런데 꼭 도시를 벗어나야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걸까. 숲해설가 최성용 씨(사진)가 쓴 《시티그리너리》(동아시아)는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 책이다.

‘도시에 한평 공원 만들기’ ‘마을 만들기’ 등 10년간 도시사회운동을 해온 최씨는 지금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숲 중에서도 도시 내 자연을 관찰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주말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숲 체험을 마치고 도시로 돌아와 다시 자연의 즐거움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웠어요. 도시의 1㎡ 땅에서도 수많은 생명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걸 모르는 것 같아서요. 굳이 숲이나 산을 찾지 않아도 아파트 단지의 화단, 개천가, 가로수길로만 눈을 돌리면 도심 속 일상에서도 생태 감수성을 얼마든지 높일 수 있어요.”

그는 책 속에서 계절별로 도시에서 관찰할 수 있는 다양한 생물과 그 생물의 숨겨진 이야기, 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과학적 원리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책을 넘기다 보면 “도시 곳곳이 생태체험현장”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식물이 스스로 만들어 준 곤충의 집인 ‘충영’은 숲해설가인 최씨도 처음 봤을 때 놀란 ‘자연의 신비’다. 5월 말 벚나무 잎을 자세히 살펴보면 잎마다 애벌레 같은 것이 달려 있다. 그것이 충영이다. 사실은 애벌레가 아니라 잎이 벌어지며 생긴 것이다. 벌어진 벚나무 잎 안에는 사사끼잎혹진딧물이 알을 낳고 산다.

“그 공간에 있으면 뜨거운 직사광선의 위험이나 천적의 침입도 막을 수 있어요. 나무가 스스로를 변형시켜 곤충의 집을 지어준다는 건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도심 속 나무에도 많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이 책은 도시에서 다양한 생명을 발견하는 법을 설명하면서도 지나친 감상에 빠지지 않는다. 도시 규모를 축소하고 그렇게 조성한 곳을 숲으로 만들자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이 책에 등장한 사진 중엔 공원에서 찍은 것이 거의 없어요. 아파트 안 화단이나 길에서 찍은 게 대부분이에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보도블록 사이에서도 질경이는 피어납니다. 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게 되고, 그들의 생명력에 감동을 느낀다면 아파트 단지의 화단이나 출퇴근 길도 다르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요.”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