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미얀마 소녀의 '손가락 하트'
지난달 28일, 미얀마 양곤강의 배 안에서 한 소녀를 만났다. 8~9살쯤 돼 보이는 아이는 메추리알이 든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물건을 조금 사주고 초콜릿과 사탕을 건넸더니 아이는 받은 것을 맛있게 먹었다. 우리는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고 아이는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즐거워했다. 어느덧 배가 목적지에 도착해 우리는 버스로 향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다가와 음료수 한 병을 우리에게 건넸다. 메추리알을 팔아 번 돈으로 산 것이 분명했다. 여행하는 동안 소녀의 모습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지난해 문민정부가 들어섰지만, 50여 년에 걸친 ‘미얀마식 사회주의’의 흔적은 역력했다. 어른들이 현명하게 나라를 이끌어 소녀가 미소를 잃지 않고 커나가길 기원할 뿐이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