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많이 피울수록 두려움과 불안을 억제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함부르크-에펜도르프대학 메디컬센터 신경과 전문의 얀 하커 박사는 흡연이 두려움과 관련된 기억들을 억제하는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영국의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29일 보도했다.
"흡연, 두려움·불안 억제 능력 떨어뜨려"
따라서 흡연자는 외상사건(traumatic event)을 겪었을 때 심리적 두려움과 불안을 다스리기 어렵게 된다고 하커 박사는 밝혔다.

외상사건이란 심리적 외상을 유발하는 사건을 말한다.

이는 전투 군인, 소방대원, 경찰관 등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위험이 높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흡연이 이러한 위험을 촉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하커 박사는 설명했다.

PTSD란 전쟁, 화재, 자동차 사고, 폭행, 강간, 테러, 지진, 홍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충격적인 상황을 겪은 뒤 나타나는 극심한 불안장애로 환자는 충격적인 사건을 끊임없이 떠올리고 악몽에 시달리며 항상 초긴장 상태를 보인다.

따라서 이런 직종의 사람들은 담배를 끊는 것이 PTSD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커 박사는 강조했다.

PTSD 환자는 특히 흡연율이 높아 최대 일반인의 4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커 박사는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대학 메디컬센터,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연구팀과 함께 건강한 지원자 37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 중 20%는 흡연자였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특정 상징물을 스크린으로 보여주면서 동시에 전기충격을 가했다.

그 결과 특정 상징물을 볼 때마다 이들은 조건 공포반응(conditioned fear response)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이들이 특정 상징물을 보았을 때 피부에 얼마나 땀이 나는지로 두려움의 정도를 측정했다.

참가자에게도 직접 두려움, 스트레스, 긴장의 정도를 물었다.

연구팀은 그 다음 날 이번에는 전기충격을 가하지 않겠다고 미리 알려주고 똑같은 상징물을 보여주었다.

첫날의 실험에서는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훨씬 큰 공포반응을 나타냈다.

둘째 날 실험에서도 흡연자는 전날의 공포반응을 떨쳐버리는 데 비흡연자들보다 어려움을 겪었다.

담배를 많이, 오래 피운 사람일수록 공포반응이 크고 이를 억제하는 능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이 두려움과 불안 억제 능력을 떨어뜨리는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공포 억제에 필요한 뇌의 신경전달물질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하커 박사는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신경정신약리학 저널(Journal of Neuropsychopharmac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s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