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서울시오페라단장 "공연 레퍼토리 더 다채롭게 할 것"
“제가 젊다고 해서 갑자기 오페라단이 파격적으로 달라지진 않을 겁니다.(웃음). 전임자들이 오페라단 발전의 싹을 틔우기 위해 노력했다면 저는 물과 거름을 주고 뿌리를 다지는 역할에 주력하겠습니다.”

새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제6대)에 임명된 이경재 오페라 연출가(44·사진)는 나이 얘기가 나오자 환히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40대 중반의 젊은 연출가가 서울시오페라단을 맡는다는 것은 이전의 5대 단장 때까지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신임 단장이 서울시오페라단과 함께해온 시간과 정성의 힘이 컸다는 주변 평가다. 그는 2006년부터 서울시오페라단과 ‘라 트라비아타’ ‘도요새의 강’ 등 다양한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2013년부터는 오전 11시에 주요 장면에 친절한 해설을 곁들인 마티네 공연의 상임 연출가로 일했다. 50여 개월 동안 매달 이 공연을 하다 보니 관객들이 싫증 낼 법도 했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입소문이 나면서 400석 매진 행진이 이어졌다.

서울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이 단장은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대학원에서 오페라 연출로 석사 학위를 받고 성균관대에서 공연예술학 박사를 수료했다. 한국경제신문의 ‘문화의 향기’에 매달 칼럼을 게재하며 공연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다음달 1일 취임하는 이 단장 임기는 2년이다.

이 단장은 “4대 박세원 단장이 베르디 빅5 시리즈를 해냈고 5대 이건용 단장은 창작 오페라를 연구하는 ‘카메라타’ 모임을 통해 현대 오페라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며 “저는 이런 토양을 더욱 확장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레퍼토리의 확장은 서울시오페라단이 가장 중점적으로 해온 일이다. ‘사랑의 묘약’과 같은 대중적인 희극을 선보이는가 하면, 현대오페라 ‘도요새의 강’으로 깊은 슬픔과 죽음을 그려내기도 했다.

“공연 횟수가 예산 등의 문제로 많은 편은 아니지만 사립오페라단에 비해 더 아카데믹하면서도 의미 있는 작품을 시도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단체이다 보니 극장도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죠. 앞으로도 서울시오페라단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이런 다양성을 높여나가는 것 아닐까요.”

그가 가장 선보이고 싶은 무대는 오펜바흐의 ‘지옥의 오르페우스’다. “캉캉 춤과 함께 경쾌한 분위기를 낼 수 있어요. 대극장에 올릴 만한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죠.”

서울시오페라단장이 됐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했다. 당분간 연출을 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다. “단장 업무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연출이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오페라 연출은 ‘이걸 하기 참 잘했다’ 싶을 정도로 제게 재미있는 일이에요. 임기 동안 많이 그리울 것 같네요. 하하.”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