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서울시오페라단이 씨앗을 뿌렸다면 이제 물을 줄겁니다. 레퍼토리를 더 다양하게 확장하고 매달 오전에 열던 마티네 공연도 다시 준비해 시즌 2를 선보이겠습니다.”

이경재 신임 서울시오페라단장(44·사진)은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6대 단장에 오른 그는 “4대 박세원 단장이 베르디 빅 5 시리즈를 해냈고, 5대 이건용 단장은 창작 오페라를 연구하는 ‘카메라타’ 모임을 통해 현대 오페라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며 “그분들을 그대로 따라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뿌린 씨앗이 싹을 틀 수 있도록 잘 다지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는 미국 인디애나 주립대 대학원에서 오페라 연출로 석사, 성균관대에서 공연예술학 박사를 수료했다. 지난 11년간 서울시오페라단과 인연을 맺고 다양한 공연을 선보여 왔다. 2013년부턴 서울시오페라단 마티네 공연의 상임 연출가로 활동했다. 그는 다음달 1일부터 2년간 서울시오페라단을 이끈다.

그의 임명은 오페라계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역대 최연소 서울시오페라단장이어서다. 이런 ‘역대 최연소’란 타이틀에 부담스러울 법하지만 그는 오히려 차분하고 담담했다. “제가 최연소라고 해서 갑자기 오페라단이 파격적으로 확 달라진다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성악가부터 오케스트라, 무용수, 스텝, 무대 뒤의 목수나 용접공까지 하나의 공연을 만드는 300여 명 전원의 목표는 오직 하나에요. 공연을 보러온 관객들이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무대를 준비하는 것이죠.”

레퍼토리의 확장은 서울시오페라단이 가장 중점적으로 해온 일이다. ‘사랑의 묘약’과 같은 대중적인 희극을 선보이는가 하면, 현대오페라 ‘도요새의 강’로 깊은 슬픔과 죽음을 그려내기도 했다. “사립오페라단에 비해 더 아카데믹하면서도 의미있는 작품들을 시도해 볼 수 있어요. ‘도요새의 강’ ‘오르페오’ 등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단체다보니 극장도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죠. 서울시오페라단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다양성을 높여나가는 일 아닐까요.”

5년 동안 이어져 온 마티네 공연은 올해 12월을 끝으로 일단락된다. 마티네 공연은 400석의 체임버홀에서 쉬운 해설과 함께 오전 11시에 펼쳐졌다. 그는 40여 회에 달하는 이 공연의 연출을 맡아왔다. “아침부터 누가 와주실까 했는데 공연이 거듭될수록 전석 매진이 됐어요.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오페라를 했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이를 재정비해 계간으로 바꿔서 해볼까 해요. 좀더 큰 공연장에서 정극 수준으로 높이는 거죠. 보다 좋은 상차림을 내놓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그가 가장 선보이고 싶은 무대는 오펜바흐의 ‘지옥의 오르페우스’다. “캉캉 춤과 함께 경쾌한 분위기를 낼 수 있어요. 대극장에 올릴만한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죠. 무대에 올릴 수 있을지 아직 확신할 순 없지만 꼭 해보고 싶어요.”

서울시오페라단장이 됐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했다. 당분간 연출을 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다. “오는 11월에 올릴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는 올해 초부터 제가 연출을 준비하고 있던 거라 그 작품은 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그 이후엔 단장 업무에 충실해야 하기때무에 당분간 연출이 어렵지 않을까 해요. 오페라 연출은 ‘이걸 하기 참 잘 했다’ 싶을 정도로 제게 재밌는 일이에요. 임기 동안 많이 그리울 것 같네요. 하하.”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