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말다 씨가 한경갤러리에 전시된 작품 ‘정물’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서양화가 이말다 씨가 한경갤러리에 전시된 작품 ‘정물’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우리 화단에 꽃의 서정성을 사유의 미감으로 형상화하는 작가가 있다. 여성화가 이말다 씨가 대표적이다. 그가 24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다섯 번째 여는 이번 개인전의 주제는 ‘상황적 사유와 색에 대한 탐구’. 자신의 무력감을 내적 동력으로 삼아 붓질한 꽃 그림과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다양한 얼굴 표정을 묘사한 근작 20여 점을 출품했다. 한여름에 작품을 모아 좋은 사람들과 교감하고 싶은 화가의 마음을 담았다.

그는 “변화무쌍한 동시대의 미의식을 보면서 자연 에너지와 생동감을 꽃에 담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대 사범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교단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혼자 힘으로 기량을 쌓아온 그는 구상화단에서 탁월한 감각의 솜씨로 잘 알려진 작가다. 일반 미술애호가보다는 ‘화가들이 칭찬하는 작가’로 통한다.

한동안 꽃 작업에 몰두한 그는 “꽃은 인간의 내면에서 퍼올린 ‘감성의 프리즘’이자 자연을 상징하는 기호”라며 “우주 만물을 사유하고 성찰하는 데 좋은 소재”라고 설명했다. 맑고 화사하고 정감 어린 꽃을 그려놓고 시를 썼다.

‘달콤한 향이 나는 꽃, 방긋 웃는 꽃, 고개를 떨군 꽃…이름을 물을 필요도, 알 필요도 없이 모두가 존귀하다. 꽃은 카타르시스이고, 사랑이다.’ 삶의 본질을 깨우는 수단으로 꽃의 이미지를 차용한다는 얘기다.

이씨의 ‘정물’ 시리즈에서는 격랑과 소용돌이로 충만한 ‘색채의 미학’이 엿보인다. 꽃의 색채는 밝은 편이지만 피어날 때의 형태감이 두드러진다. 꽃의 율동이 더욱 선명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씨는 최근 단순히 구상적인 미학을 통한 시각적인 즐거움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는 작업으로 미학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그의 ‘참기’시리즈는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현실을 직시하고 인종이나 피부색에 개의치 않은 다양한 사람의 얼굴 표정으로 읽어낸 작품이다.

작가는 “감정이 고조되고 비등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동차의 급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같은 급박한 순간과 일치하는 표정”이라고 설명했다. 구상회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만의 뚜렷한 개성이 엿보인다.

“관람객이 볼수록 행복해지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는 작가의 말이 갓 피어난 연꽃처럼 청순하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