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스테이] 대나무 숲 삼림욕·죽순 캐고 댓잎차 한잔…"힐링이 따로 없네"
비봉내마을을 대표하는 것은 대나무다. 마을 초입부터 바람에 따라 움직이며 소리를 내는 대나무의 거대한 물결이 무척 인상적이다. 비봉내마을 대나무 숲의 면적은 3만3000㎡에 달한다.

마을에 대나무숲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물자가 귀해 플라스틱이나 철 대신 대나무로 식기 같은 생활용품을 만들어 쓰던 시절이다. 몇몇 마을 주민이 벼농사 외 부수입을 올리기 위해 마을 뒷산에 대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지금과 같은 울창한 숲이 만들어졌다.

대나무숲에는 길이 1.4㎞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숲 입구에 두께가 굵은 맹종죽(孟宗竹)이 장관을 이룬다. 맹종죽은 중국 오나라 때 맹종이라는 효자가 어머니의 병을 고치고자 한겨울에 죽순을 찾다 발견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로 죽순을 수확용으로 키운다고 해 죽순죽(竹筍竹)이라고도 불린다. 대나무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봉내마을에선 국내에서는 드물게 지름이 20㎝가 넘는 대형 맹종죽이 많이 자란다. 날씨가 따뜻하고 습한 덕분이다. 이곳에서는 맹종죽 외에 한반도에서 가장 많이 자생하는 고죽(苦竹)을 비롯해 오죽(烏竹) 담죽(淡竹) 등 다양한 종류의 대나무도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가히 ‘대나무 테마파크’라고 불릴 만하다. 대나무숲은 천연의 산림욕장으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거운 대나무 놀이터가 됐다. 아이들은 대나무를 이용해 피리와 물총을 만들고 굴렁쇠를 굴리며 활과 화살을 만든다. 어른들은 죽순을 수확하고 댓잎차를 마신다. 대나무로 만든 뗏목을 타고 갈대숲을 가로지르며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다슬기를 잡아 요리를 즐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가족 단위로 언제든 체험에 참가할 수 있다. 마을에 도착하면 간단하게 하루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대나무밭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체험을 시작한다. 대나무숲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가면서 삼림욕도 즐기고, 대나무의 생태에 관한 재미있는 얘기를 듣는다. 산책을 마치고 아이들은 대나무 피리, 어른들은 댓잎차 만들기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봄에는 죽순과 매실 따기, 여름에는 옥수수 따기와 뗏목 타고 갈대숲 탐험하기, 가을에는 벼 베기와 고구마 캐기, 겨울에는 딸기 따기 등 계절별로 다채로운 체험이 준비돼 있다.

즐길거리가 대나무만 있는 건 아니다. 마을 근처 솔섬오토캠핑장에선 캠핑을 하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등산을 좋아한다면 와룡산의 상사바위에 올라 탁 트인 경치를 바라볼 수 있다. 바다를 좋아한다면 사천만 갯벌탐방로를 거닐 수도 있다. 붉은 노을이 하늘과 갯벌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비봉내마을은 남해고속도로 곤양나들목(IC)의 북쪽 1㎞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마을엔 6채의 민박이 있다. 각각 4인 기준 하룻밤에 5만원 선에 이용 가능하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