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 전시될 서양화가 오치균의 ‘감’.
오는 9월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 전시될 서양화가 오치균의 ‘감’.
올 하반기에도 국내 화단의 ‘그림 잔치’는 계속된다. 김환기와 단색화 열풍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전시를 미뤘던 국내외 인기 작가 초대전, 해외 유명인들의 개인전이 대거 열린다. 주요 화랑과 미술관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영국)을 비롯해 폴 매카시(미국), 쑨쉰·가오레이(중국), 정직성, 한만영, 김태호, 오치균, 이강욱 등 국내외 인기 작가 100여 명으로 하반기 라인업을 꾸렸다. 수억원대 작품부터 국내 젊은 작가의 몇백만원대 작품까지 다양한 미술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아트페어(그림장터)도 서울과 지방에서 잇달아 열린다.

하반기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부동산 규제 강화 정책, 가계 부채 우려 등으로 미술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국제 미술시장의 훈풍이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하반기부터는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되살아나는 국제 미술시장의 활력이 국내 미술시장으로 점차 번질 것”이라며 “저평가된 국내외 유명 작가 작품을 모을 기회”라고 말했다.

◆국제갤러리, 폴 매카시 초대전

마틴·김태호·오치균…하반기 화단에 100여명 '라인업'
대형 화랑들은 미술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미술애호가를 흥분시킬 만한 중견·원로·외국 작가들의 다채로운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최대 화랑인 갤러리 현대는 내달 15일 중견작가 유근택 개인전을 열어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줄 예정이다. 오는 9월에는 ‘영국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크레이그 마틴의 작품을 소개하고, 11월에는 독일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 공부한 정주영 씨의 개인전을 연다.

국제갤러리는 해외 작가에게 매기가 붙을 것으로 보고 다양한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9월에 미국 아티스트 매카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눈물과 땀 등 인체 분비물을 소재로 작업한 마이클 주(11월), 네덜란드 디자이너 유리스 라만(12월)이 잇달아 전시회를 열어 컬렉터들을 끌어들일 예정이다. 학고재갤러리는 단색화 열풍의 바통을 이어받을 오세열, 이진용과 민중화가 송창, 마류밍(중국), 팀 이이텔(독일) 개인전을 통해 하반기 시장 상황을 점검한다. 또 가나아트갤러리는 임옥상, 황재형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중견 화랑들도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 유망 작가를 줄줄이 ‘등판’시킨다. 노화랑은 9월에 ‘블루칩’ 작가 오치균의 40년 작품세계를 시계열로 보여줄 예정이다. 아트사이드는 이미디어 아티스트 이배영을 비롯해 이재훈, 한만영, 황선태를 초대한다.

마틴·김태호·오치균…하반기 화단에 100여명 '라인업'
선화랑은 신표현주의 화가 문형태, 안광식, 김재학, 전명자 등 굵직한 작가로 라인업을 구축했고, PKM갤러리는 이원우, 권진규, 헤르난 바스, 정영도, 윤형근 등 유명 작가의 작업을 내보인다. 아라리오는 한국 단색화와 추상화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김태호와 이강욱을 선발했다. 바톤갤러리(빈우혁), 리안갤러리(이미크 뇌벨), 이화익갤러리(김미영) 등도 국내외 유망 작가의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화랑과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아트페어도 서울과 지방에서 잇달아 열린다. 국내 최대 그림장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는 9월21~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되고, 직장인을 겨냥한 아트페어인 마니프(MANIF) 서울국제아트페어는 10월12일부터 3주일 동안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관에 마련된다. 지방에서는 대구아트페어, 아트광주, 대전국제아트쇼, 제주아트, 청주공예페어 등이 열려 미술품 1만여 점을 쏟아낸다.

◆다채로운 미술관 전시도 주목

삼성미술관 리움이 휴관에 들어간 가운데 국내 주요 미술관도 미술품 애호가들의 눈과 마음을 풍성하게 해줄 전망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4일 서울관에 폴란드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크지슈토프 보디츠코의 1960~70년대 초기작부터 모두 80여 점을 선보였다. 오는 11월에는 과천관에서 영국 작가 리처드 해밀턴(1928~1987) 회고전을 연다. 아트선재센터(구정아), 성곡미술관(유근택·이상원), 사비나미술관(이명호), 경기도미술관(크래프트 클라이맥스), 서울시립미술관(라틴아메리카 미술전), 서울미술관(모던보이즈) 등도 색다른 기획전과 초대전을 열어 관람객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은 “미술관은 작품 해설을 들으면서 감상할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이라며 “하반기에는 눈도 즐겁고 문화적 소양도 쌓을 수 있는 다채로운 전시가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