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풍경] 누군가의 그늘막
서울 시흥동 금천구청에는 지하로 움푹 들어간 넓은 마당이 있다. 도심 빌딩의 지하에 상부개방형으로 만든 공간인 ‘선큰광장’이다. 천장이 없어 밝은 채광이 장점이지만 한여름엔 직사광선에 서있기조차 힘들다. 구청이 최근 이곳에 그늘막 역할을 하는 우산 400여 개를 설치했다. 공중에 달린 형형색색의 우산들이 광장 바닥에 둥근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조금은 덜 지칠 것 같다.

세상을 살다보면 그늘 한 점 없는 곳에서 홀로 뙤약볕을 맞고 있는 것 같은 날이 있다. 빈손 하나로 눈가에 작은 그늘 하나 만드는 것을 위안 삼아야 할 때다. 올여름 누군가의 그늘막이 돼주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