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업계와 간담회 "블랙리스트 같은 출판 자율성 훼손 다신 없도록"

도종환 장관 "출판펀드 100억 조성…내년 전국서점 POS 구축"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창작·출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상생할 수 있는 건강한 출판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100억원 규모의 출판펀드를 조성하는 등 적극 지원하겠다고 22일 밝혔다.

도 장관은 이날 서울 마포 창비 사옥에서 열린 출판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저도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출판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인문정신의 기반이 되는 출판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현장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침체된 출판산업을 살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창작, 출판, 유통, 소비가 선순환하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고,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산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 장관은 출판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출판펀드 조성과 낙후한 출판유통 구조 개선을 위한 서점별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도 장관은 "원소스멀티유스를 통한 킬러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5년간 100억원(연간 20억원) 규모의 출판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재원 마련을 위해 관련 부처들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송인서적 부도로 출판유통구조 개선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출판유통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내년까지 전국의 모든 서점에 POS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독서 분위기 조성을 위한 2018년 '책의 해' 지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출판계 공공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현장 밀착형 지원 조직으로 개편하는 데도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도서정가제 개선 문제에 대해선 "출판유통계와 소비자들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했다.

한편, 도 장관은 정부지원 배제 명단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불이익을 받은 작가와 출판사에 대해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지난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같이 창작·출판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세계적인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받은 작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와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의 여행기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등이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을 언급하며 "말도 안 되고 일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도 장관은 "한 작가의 인생을 쏟아부은 작품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도록 특정 잣대로 재단하고 불이익을 주는 것은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로 형법 위반이며, 출판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위반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강맑실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 김기호 인터넷서점협의회 회장, 권혁재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장 등 10명의 출판유통계 대표들이 참석했다.

강일우 창비 대표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기 전에 지난 잘못과 과오를 바로 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윤철호 회장은 "출판산업 진흥 정책 수립시 저작권, 콘텐츠 등 문화산업 전체의 틀 속에서 연계해 정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밖에 "출판산업 진흥을 위한 민관정 상설 협의체를 운영해 달라", "책 읽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교육부를 포함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베스트셀러 위주로 이뤄지는 국공립도서관의 도서 구입을 분야별 쿼터제로 개선해 달라"는 등의 주문도 나왔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