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정숙 씨가 한경갤러리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상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서양화가 이정숙 씨가 한경갤러리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상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서양화가 서정 이정숙 씨(61)는 줄곧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 둘의 공존 가능성 등에 대해 고찰해왔다. 그는 자연을 단순 소재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한 작품을 뒤로하고, 관람객의 상상력과 지각작용을 활발하게 자극하는 반구상으로 화단에서 호평받아왔다. 자연과 인간의 상생을 탐구해온 여류작가 이씨가 지난 1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이씨는 인간이 품고 살아가야 하는 삶의 이면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상징으로 나무를 소재로 선택했다. 이번 전시작에서도 직선으로 쭉쭉 뻗어오른 나무를 그렸다. 주제는 ‘상생의 원리’. 출품작은 25점이다. 살면서 경험하는 자연과 인간의 갖가지 고착된 이미지를 회화로 풀어낸 작품들이다. 작가는 참나무, 소나무, 미루나무 등 친숙한 나무를 마치 연극 무대의 주인공처럼 화면에 올려놨다. 나무의 외형만이 아니라 나무를 바라보는 인간의 내면과 감정까지 담아냈다. 시집이나 소설을 읽다가 영감을 채집하고 나무 그림으로 저장했다. 선연하면서도 아른해지는, 구체성과 신비감을 함께 지닌 색감을 사용해 맑은 심성도 살려냈다.

이씨는 “우리 삶에 슬픔과 상처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희망을 간결한 구도로 나무에 담았다”며 “나무의 윗부분과 밑동을 잘라낸 것은 인간의 끝없는 의지와 희망을 은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무와 공존하는 바탕화면에는 다채로운 색채로 자연의 흔적을 풀어냈다. 은빛으로 빛나는 자연이 있는가 하면 파란색으로 채색된 숲도 있다. 순하고 부드러운 것, 둥글고 구불구불한 것, 그리고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것이 품고 있는 온화한 기운과 씨앗들이 나무와 함께 공존한다. 몇몇 그림에는 기호도 등장한다. 인간의 어울림을 나타내는 언어다. 작가는 “숲의 형상을 지나가면서 산책하는 느낌으로 그림을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간결한 붓 터치 속에서 기하학적으로 구성된 각양각색의 나무 모습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감상하면 인간과 자연의 상생 원리를 일깨우는 메시지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02)360-423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