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스 이즈퀘에르도
안드레아스 이즈퀘에르도
‘휴먼 드라마의 정석.’

2014년 독일 출간 당시 별다른 홍보 없이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소설 《꿈꾸는 탱고클럽》(마시멜로)에 어울리는 수식어다. 출중한 외모에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자신밖에 모르는 차가운 인물인 기업 컨설턴트 가버 셰닝이 학습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삶의 새로운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가버는 어느 날 한 특수학교 교장 카트린을 치는 교통사고를 낸다. 그녀의 차엔 가버가 다니는 회사 회장의 젊은 부인도 타고 있었다. 교장은 그에게 사고에 대한 배상 대신 ‘학교에서 다섯 아이에게 춤을 가르쳐 여름 축제에 공연을 올려달라’는 다소 황당한 제안을 한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저능아에다 춤에는 전혀 관심없는 천방지축 아이들을 만나게 된 가버. 절대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은 주인공과 아이들은 ‘탱고’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서히 가까워진다.

탱고로 다섯 아이 상처 보듬은 휴먼 드라마
아이들은 천진난만함 속에 저마다의 사연을 지녔다. 어릴 적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친척에게 성폭행까지 당한 상처로 말문을 닫아버린 리자, 과보호 부모 밑에 자라 폭식 말고는 혼자 뭔가를 해본 적이 없는 제니퍼, 부모의 이혼 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비니, 마약중독자인 부모가 죽은 뒤 조부모 밑에서 커온 병약한 펠리스….

어린 시절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 가버도 이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신의 상처를 되새김질한다. 애써 덮은 자신의 상처에 다시 생채기가 날까 두려워할 법도 한데 가버에게는 ‘아이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실수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스며든다. 가버는 이타심이라는 감정을 처음 경험하게 된다. 누군가와 진실한 관계를 맺을 때 느끼던 두려움도 극복한다. 아이들 역시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치면서 저마다의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깨닫는다.

이 한편의 성장 드라마에서 중요한 소재는 탱고다. 춤은 가버와 다섯 명의 아이들이 가까워지게 하는 교감의 매개체기도 하지만 장애나 편부모 가정 등 세상 속 편견을 허무는 장치로 작동한다. 독자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시각적 장면을 상상하게 해주기도 한다.

어디선가 한 번쯤 본 듯한 익숙한 줄거리지만 성장 드라마가 보여줘야 할 잔잔한 감동과 유쾌한 웃음을 시종일관 성실하게 풀어낸다. 안드레아스 이즈퀘에르도는 시나리오 작가 출신답게 가볍고 재밌는 문체로 다양한 등장인물의 성격을 생생하게 살려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