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만난다
1980년대 물고문 현장을 연상시키는 욕조(이불의 ‘천지’), 침대에 누운 채 손을 괴고 있는 여인(론 뮤익의 ‘침대에서’·사진), 영롱한 빛을 띠는 바로크적 유리 조각(장 미셸 오토니엘의 ‘유니콘’)….

프랑스 명품업체 까르띠에가 현대미술을 후원하기 위해 1984년 설립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소장품을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까르띠에재단은 지난달 30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미술 컬렉션을 소개하는 전시 ‘하이라이트전’을 개막했다. 서울시립미술관 1~3층 전관에서 한 전시만을 소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까르띠에재단의 소장품 1500여 점 중 전 세계 25명 작가의 작품 100여 점을 전시한 미술관을 둘러보면 현대미술의 정수를 만나는 느낌이다. 회화부터 사진, 비디오아트, 설치미술 등 장르도 다양하다. 까르띠에재단은 유명 작품을 전시하는 일반적인 재단과 달리 앞으로 전시될 작품의 제작을 의뢰하는 ‘커미션’ 방식으로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고, 이렇게 전시한 작품을 소장한다.

미국의 미술가와 건축가 그룹인 딜러 스코피디오 렌프로의 ‘출구(EXIT)’는 관객을 둘러싼 전시장 전면을 비디오 화면으로 채워 관객이 몰입하도록 하는 작품이다. 화면에서는 자연재해, 삼림파괴 등 인간이 이주하는 여섯 가지 목적을 지도와 텍스트 등으로 보여준다. 호주의 극사실주의 조각가 론 뮤익의 가로 6.5m, 세로 1.6m, 높이 3.9m에 이르는 대형 조각 ‘침대에서’는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인물을 거대하게 재현한다. 거대하게 확대됐지만 세부적인 모습은 극사실적이다. 중국 작가 차이궈창이 종이에 화약으로 표현한 ‘화이트톤’은 가로 18m, 세로 4m에 달하는 대작으로, 마치 동굴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서울 전시를 시작으로 아시아 순회전을 열 계획이다. 8월15일까지. 관람은 무료.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