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장석주 시인"새로운 길 택한 사람들, 조르바에게서 용기 얻길"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많은 지식인들이 꼽는 ‘인생의 책’이다. 책이 나온 지 71년이 지났지만 삶의 매 순간 자유로움을 추구했던 실존인물 조르바의 삶에 대한 동경은 여전히 뜨겁다. 용맹하고 자유로운 인간의 표상인 조르바는 우리에게 ‘당신은 자유롭게 살고 있는가’라는 단순하고도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여기 조르바에게 매혹된 또 한 사람이 있다. 오랫동안 고민해온 ‘조르바식 삶’에 관한 얘기를 담아 조르바의 인생수업(한빛비즈)을 펴낸 시인 장석주(사진)이다. 그는 책을 펴낸 이유에 대해 “그리스인 조르바는 내 인생에 가장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며 “책에 대한 서평과 작가의 생애를 적은 ‘카잔차키스에게 바치는 오마주’ 격인 책”이라고 설명했다. 1부는 책의 구절 중 인상 깊은 구절을 떼어내 시인의 생각을 덧붙여 책을 완성했다. 2부에서는 작가 카잔차키스의 생애와 문학 세계를 다뤘다.

저자는 2013년 크레타 섬에 있는 카잔차키스의 무덤을 찾아갈 정도로 조르바를 사랑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스무 번도 넘게 읽었다. 그가 꼽은 가장 인상 깊은 한 문장은 무엇일까. 그는 “조르바의 ‘두목, 인간이란 짐승이에요(그리스인 조르바 중)’란 대사”라고 말했다.

“독서광이었던 카잔차키스는 책이 아니라 자신의 체험으로부터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조르바에게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조르바는 ‘모든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를 온몸으로 외치는 인물입니다. 자신의 이념이나 책에서 배운 관념들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고 했죠. 저 역시 책에 경도된 삶을 살았어요. 조르바의 외침은 관념에 빠져 실제 삶은 뒷전으로 밀쳐놓는 태도에 대한 비판처럼 들렸습니다.”

꼭 오리라 보장되지 않는 미래를 바라보다 현재를 놓치는 이들에게 조르바의 메시지는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가 운영하던 청하출판사를 접고 전업작가 생활을 하는 것도 조르바의 영향이 컸다. 그는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낯설고 새로운 길을 간다는 두려움을 느낄 때 가장 큰 용기를 주었던 건 그리스인 조르바였다”고 말했다.

조르바의 삶을 동경하지만 그의 교훈을 그대로 실천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저자는 “인간의 생은 단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자주 환기시켰으면 한다”며 “실패하더라도 낯선 길에 뛰어드는 경험을 회피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