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즐기는 70세 등 직접 카메라 들고 연출한 '시니어 감독' 작품 눈길
“일흔 살을 코앞에 두고 처음 조정(漕艇)을 시작했어요. 잘할 수 있을까 망설여졌지만 일단 도전했죠. 매주 토요일에 아들, 딸 같은 동우회원들과 함께 조정을 즐긴 지 벌써 3년째네요. 아마추어 대회에서 생전 처음 메달을 따기도 했어요.”

경기 용인의 조정동우회에서 활동 중인 주부 송영애 씨(70)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영상 ‘나는 사번입니다’(사진)를 이달 초 유한킴벌리 29초영화제에 출품했다. 보트에서 힘차게 노를 젓는 중장년층의 역동적인 모습을 담았다.

송씨는 출품 이후 거의 매일같이 29초영화제 사이트에 들러 다른 참가자의 작품에 응원 댓글을 달고 방명록에 참가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29초영화제 사이트에 들어왔다. 새로 올라온 작품을 감상하면서 나에게 물어본다. 네 꿈은 뭐니?”(송씨가 지난 16일 남긴 방명록). “난생처음 영화 만들기에 도전했다. 인생의 한 페이지를 쓸 거리가 생긴 것에 감사하다.”(지난 22일 방명록). 그는 “좌충우돌하듯 29초 영상을 제작해 등록한 것도 조정을 시작한 것만큼이나 큰 도전이자 성취였다”고 했다.

유한킴벌리 29초영화제의 주제 중 하나는 ‘시니어들의 역동적인 삶’. 직접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만든 중장년층 ‘액티브 시니어’ 감독의 작품이 상당수 나와 눈길을 끌었다. 29초영화제 관계자는 “액티브 시니어가 영상 소재로 다뤄지거나 배우로 참여하는 차원을 넘어 직접 영상을 만들고 출품한 사례가 다수 눈에 띄었다”며 “29초영화제가 시니어층에 새로운 관심거리를 제시하고 가능성을 열어준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 강릉의 시니어 연주자 모임인 강릉그린실버악단 소속 전도일 씨(70)는 단원들의 왕성한 사회활동을 담은 영상 다섯 편을 제작해 출품했다. 팔을 뻗으며 “공연 갑시다!”라고 힘차게 외치는 단원들의 모습과 연주 장면을 담은 작품 ‘공연 갑시다’, 공연장으로 이동하기 전 장비를 차량에 싣는 것부터 현장에 도착해 플라스틱 의자를 놓는 일, 악단 지휘까지 각종 업무를 손수 챙기는 악단 단장 겸 지휘자 원계환 씨(76)의 일상을 그린 작품 ‘젊음 그 너머 역동적인 노년의 삶’ 등이 감동을 줬다.

광주 서구에 사는 독립영화 감독 박종익 씨(65)는 촬영 현장의 분투를 담은 영상 ‘액션’을 출품해 눈길을 끌었다.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물을 끼얹는 장면을 찍으며 NG가 나자 “NG 조금만 냅시다. 휴지 아까우니까. 아, 휴지 다 써부렀네”라고 말하는 감독의 목소리가 독립영화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