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가르침' 만다라로 피어나다
서양화가 이중희 원광대 명예교수(71)는 어린 시절 고즈넉한 산사에 걸려 있는 단청과 불상, 탱화, 연꽃 그림에 끌렸다. 어린 눈에는 단청과 탱화에 쓰인 색감이 화려하고 신기하게 보였다. 그림에 새겨진 인물과 내용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지만 불상과 탱화에 내려앉은 영적 미감을 화면에 담아내고 싶었다. 학생을 가르치면서도 무당, 무신도, 단청, 탈춤, 만다라의 묘한 매력에 이끌려 30년간 작업을 이어왔다.

이 교수가 30년 화업을 총망라하는 화집(사진)을 발간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9일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시작한다. 2000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칼, 꽃, 만다라’라는 주제로 회고전을 연 뒤 7년 만의 작품전이다. 2000년 이후 작업한 100호 이상 대작 40여점을 모아 좋은 사람들과 즐기고 싶은 화가의 마음을 담았다. “볼수록 행복해지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는 작가의 말이 봄바람처럼 살갑다.

‘그림은 말 없는 시’라고 생각하는 이 교수는 “창작의 바탕은 영혼에서 온다”며 “오방색을 다이내믹하게 변주해 한국의 정체성을 담아냈다”고 강조했다. 마치 영혼을 찍어낸 듯한 작품들은 울긋불긋한 생동감으로 다가온다. 무속신앙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빨강 노랑 초록에 흰색을 기조색으로 더해 야수파에서 못 느끼는 신비성을 살려냈다. 이런 원색의 강렬함은 감정을 자극하는 매개체가 될 뿐 아니라 신과 인간과의 영적 줄을 잇는 영매(靈媒)로서 의미를 지니게 된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그는 “경전이 깨달음의 경지를 언어로 표현한 것이라면 만다라는 통상적인 언어를 가지고 표현할 수 없는 깨달음의 세계를 화면에 도형화한 것”이라며 “수없이 시도한 붓질로 누군가의 염원을 기원하듯 한민족의 집합적인 정신문화를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