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가객' 최백호의 나무 그림 보러 갈까
초등학교 교사이던 어머니를 따라 학교에 갔다가 교정에 핀 꽃나무에 반해 어린 시절 화가를 꿈꿨다. 스무 살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미대 진학을 포기하고 생계를 위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림이 노래 못지않은 감흥과 에너지를 준다는 것을 잘 알기에 시간 날 때마다 붓을 들었다. ‘낭만가객’ 최백호(68·사진) 이야기다.

올해로 가수 데뷔 40주년을 맞은 최씨가 오는 28일까지 서울 아현동 뮤지스땅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2009년부터 미술 작가로도 활동한 그는 날마다 조금씩 완성해둔 그림 중 나무 연작 20여점을 골랐다. 판매 수익금 전액은 대중음악 발전에 기여한 원로 음악인과 독립 음악인의 창작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매일 2~4시간 정도 캔버스 앞에 앉는다는 그는 “인생의 안정기에 들어선 만큼 앞으로 노래보다 그림에 열중하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체계적으로 미술 공부를 한 적은 없지만 10년 전부터 서울 여의도에 따로 작업실을 마련해 본격적으로 나무를 그리기 시작했다. 개인전을 열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으나 가수 송창식을 통해 알게 된 고(故) 이두식 화백이 용기를 줬다.

“이 화백에게 그림을 봐달라고 했는데 제 그림을 보고는 전시회를 해도 되겠다고 하셨어요. 이두식 선생의 칭찬으로 2009년 처음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인생의 로맨스를 노래한 가수답게 그의 그림엔 낭만성이 곳곳에 배어 있다. 자연에 담긴 소리를 붓끝으로 녹여냈거나 현대인의 삶을 나무에 비유해 작업했기 때문이다.

“나무는 고향을 떠난 도시인의 모습과 비슷해요. 안갯속에 희미한 단색조 나무는 홀로 치열하게 삶을 꾸려가는 사람의 색깔과도 너무나 닮았고요. 자작나무를 비롯해 벚나무, 야자수 등은 도시인의 이미지를 담아낼 수 있는 대표적인 나무입니다.”

노래하는 시간보다 그림 그리는 시간이 더 행복하다는 그의 작품은 현대인의 정서를 잘 대변해 주면서 감성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데뷔 40주년 기념 앨범 ‘불혹’을 내고 같은 제목으로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펼친 그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다음달 6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을 시작으로 대전, 대구, 성남 등 4개 도시에서 투어를 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