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관현악단이 오는 29일부터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 어린이 음악회 ‘아빠 사우르스’. 국립극장 제공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오는 29일부터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 어린이 음악회 ‘아빠 사우르스’. 국립극장 제공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공연계가 가족 단위 관객을 유혹한다. 부모·자식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잇따라 무대에 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늘 곁에 있다는 이유로 평소 소중함을 잊고 살기 쉬운 부부나 부모 자식 관계를 조명하는 감동적인 가족극이 많다. 어린이가 즐겁게 볼 수 있는 국악공연과 발레극도 꼬마 손님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부모님과 ‘공연장 나들이’를

가정의 달 감성 충전…가족과 '공연 피크닉' 떠나요
1979년 창단한 극단 사조가 가천대 길병원과 함께 준비한 창작연극 ‘사랑해요 당신’이 눈길을 끈다. 65세 이상 노인 열 명 가운데 한 명이 치매환자(정확히는 9.8%. 2015년 기준)인 시대에 맞게 치매노인 가족의 삶을 소재로 했다. 치매라는 ‘불청객’ 앞에서 되새기는 가족의 소중함을 그렸다. 베테랑 배우 이순재·정영숙, 장용·오미연이 각각 70대 노부부를 연기한다. 다음달 28일까지 서울 동숭동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죽음으로부터 아들을 지키는 어머니의 여정을 그린 안데르센 동화 ‘엄마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든 작품도 있다. 연출 한태숙, 배우 박정자, 예술감독 김숙희 등 연극계 거장 3인이 의기투합했다. 아이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놓는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을 그리면서도 사랑이 끝내 죽음을 막지 못하는 엄중한 삶과 죽음의 섭리를 담았다. 수도권에서 유일한 어린이 전용극장인 종로아이들극장이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무대에 올린다.

진한 모녀 관계를 다룬 스테디셀러 ‘친정엄마와 2박3일’은 다음달 19~28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볼 수 있다. 배우 강부자가 엄마 최여사 역을, 전미선이 딸 미영 역을 맡아 전회 출연한다.

잘 그려진 정물화처럼 교과서적인 가족상을 그린 작품이 식상하게 느껴진다면 다른 대안도 있다. 국립극단이 1958년 초연 이후 59년 만에 무대에 올린 근현대 희곡 ‘가족’이 그런 작품. 아들에 대한 사랑을 이유로 아들의 모든 선택을 통제하려는 가부장적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들의 애증으로 얼룩진 관계를 그린 연극이다. 이달 21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아이에게 ‘문화의 향기’를

국립국악관현악단은 29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국립극장에서 어린이 음악회 ‘아빠 사우루스’를 선보인다. 주인공 지우와 갑자기 공룡으로 변한 아빠의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국악을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들려준다. 다양한 전통악기가 공룡 발소리, 빗소리, 방귀소리까지 생생히 표현한다. 한곳에 오래 앉아있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딱딱하지 않은 매트 좌석도 마련했다. 아이들이 공연을 보며 자유롭게 눕거나 뒹굴 수 있다.

서울발레시어터는 세계 명화에 발레를 결합한 가족발레극 ‘들썩들썩 춤추는 미술관’을 준비했다. 미술관 속 그림이 살아있다는 콘셉트로 명화 속 인물이 그림에서 튀어나와 춤을 춘다. 연극과 발레, 클래식, 명화, 미디어아트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다음달 19~20일 과천시민회관에서 만날 수 있다.

어린이 필독서인 ‘책 먹는 여우’에 전통음악을 입힌 국악극도 무대에 오른다. 책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다 읽은 책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 먹는 여우 아저씨의 이야기다. 국립국악원이 주최하고 극단 ‘가람’이 출연한다. 다음달 5~7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다. 공연 이후 국악박물관 두드림에서 열쇠고리 만들기, 악기 연주, 퀴즈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