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진 노화랑 대표가 ‘작은 그림 큰 마음’전에 전시된 ‘사과 작가’ 윤병락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가 ‘작은 그림 큰 마음’전에 전시된 ‘사과 작가’ 윤병락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대 젊은 시절 서울 인사동에서 우연히 그림을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다. 그 느낌이 1977년 인사동에서 화랑을 시작하도록 이끌었다. 갤러리 현대, 국제갤러리, 가나아트갤러리 등 대형 화랑이 속속 인사동을 떠나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1990년에는 4층 건물도 매입했다. 그런 고집은 300여 차례 전시회로 이어졌고, 송수남 김종학 이왈종 이두식 황주리 등 시장에서 주목받는 수백명의 작가를 소개한 계기가 됐다. 남다른 안목과 예지력, 두둑한 배짱을 바탕으로 미술사업을 벌여온 노승진 노화랑 대표(68)의 이야기다.

올해로 화랑 개업 40년을 맞은 노 대표가 또 한 번 큰일을 해냈다. 지난 12일 유명화가들의 소품을 모은 기획전 ‘작은 그림 큰 마음’을 시작한 그는 전시 개막 사흘 만에 출품작 140여점을 모두 팔아 2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작은 그림 큰 마음’전은 화랑의 문턱을 낮추고 미술 컬렉터의 층을 넓힘으로써 미술시장의 저변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1999년 시작한 소품전이다. 2000년대 초에는 유명 작가의 소품을 100만원 균일가로 판매하다가 작가들의 작품값이 오르면서 가격을 200만원으로 조정했다. 그동안 이왈종 전광영 한마영 이석주 등 유명작가 200여명의 소품 2000여점을 미술애호가들에게 소개했다. 이 전시회는 올해 14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칠순을 앞두고 하루도 빠짐없이 화랑에 출근하면서 모든 일을 직접 챙기는 노 대표는 “‘작은 그림 큰 마음’전과 함께한 세월이 즐거웠다”며 “미술시장을 확대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미술애호가와 시장에서 매우 좋은 평가도 받았고요. 박수받을 때 떠나라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허허.” 노 대표는 “미술애호가들이 수긍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 화랑의 책임의식이야말로 미술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일”이라며 당초 취지를 설명했다.

노 대표가 그림시장 대중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유는 뭘까. 그는 “미술시장은 기업인 직장인 주부 학생 등 애호가에 의해 좌우된다”며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는 그림 등 문화 상품에 대한 투자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그림을 구매한다는 자체가 국부의 창출인 동시에 시장의 탄탄한 ‘우군’이라는 얘기다.

미술품 투자에 대한 노 대표의 메시지도 간단하다. 문화에 투자하는 국민이 있는 한 나라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것, 돈이 된다고 해서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산다는 의식이 더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40년 인사동 미술동네를 지켜온 그는 “미술품의 경우 수익과 시간은 비례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귀로 보고 눈으로 산다’(많은 전문가의 조언을 참고하라는 뜻)는 특별한 원칙을 지키면서 컬렉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