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 씨의 ‘봄에서 여름’
김영숙 씨의 ‘봄에서 여름’
‘실크 회화’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김영숙 씨(47)가 오는 22일까지 서울 청담동 청작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김씨는 그동안 알록달록한 색상의 실크 천에 수많은 바느질을 더해 부조형태의 색면 추상작업을 펼쳐왔다. 2011년 청작화랑 공모전에 당선된 그는 미국 뉴욕을 비롯해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 홍콩 등 해외아트페어에서 주목받았다.

작년 말에는 스위스 아트 바젤의 위성아트페어인 뉴욕 ‘스코프 마이애미’에 출품한 일곱 점을 모두 판매해 화제를 모았다. 세계적인 작가들과 판매 전쟁을 벌이는 아트페어에서 ‘완판’됐다는 것은 국제 화단에서 어느 정도 독창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세 번째 여는 이번 개인전의 주제는 ‘자연의 숨결’. 비단 천으로 사물이나 풍경의 형태를 응축하고 바느질로 일일이 이어붙인 근작 20여점을 걸었다.

장인처럼 한땀 한땀 수놓은 그의 작품에는 논밭을 비롯해 웅장한 산세, 창문틀, 강물, 바다 풍경 등이 현란한 색면으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충남 천안에 있는 작업실 너머로 펼쳐진 논과 밭고랑은 실크 천의 우아함 속에서 리듬감으로 되살아나고,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은 인생의 덧없는 깊이를 푸른 색감으로 보여준다. 비단으로 회화의 고유 농담과 색채를 표현하면서도 바느질 이음새를 통해 필선의 효과를 십분 활용한 덕분에 모노크롬(단색화) 미감이 새어나온다.

여성 특유의 감성과 기민한 감각이 더해진 작품의 제작방법도 흥미롭다. 다양한 색상의 천과 천을 연결하고 잇대어서 연속적인 형태를 만들고 조형미를 가미한다. 입체적인 형태를 살리는 데는 정확한 도면 제작이 필수적이다. 한치라도 틀리면 부서지고 틀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치밀한 계산과 셀 수 없이 들락날락하는 감침질이 필요하다. 하루 10시간 이상 1주일을 작업해야 겨우 1m 대작 한 점을 완성하는 그야말로 노동집약적 작업인 셈이다. 작가는 “물감이 아니라 실크 천을 재료로 활용해 한국적인 규방의 아름다움까지 아울렀다”고 설명했다. (02)549-311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