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기관총과 탄약, 대검, 야전삽, 색이 바래고 너덜너덜해진 전투화…. 6·25전쟁 때 희생됐으나 미처 유해를 수습할 겨를도 없이 격전지에 묻어야 했던 전사자들의 유품이 일반에 공개됐다. 11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개막한 6·25 전사자 유해 발굴 특별전 ‘67년 만의 귀향’에서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박물관과 함께 연 이번 기획전은 정부가 2000년 시작한 전사자 유해발굴 및 감식사업의 성과를 보여주는 자리다. 발굴된 무기류와 군장류, 개인 물품 등 2000여점의 각종 유품이 전시된다.

나라의 부름을 받은 장병들이 조국 수호를 맹세하며 서명한 ‘무운장구 태극기’, 당시 전투지도와 육군 보병1사단 부대기, 국군수첩, 총검과 소총, 전사자 명부, 실종확인증, 전사자의 묘소 기록문서, 전사통지서 등이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특히 고(故) 조영환 하사의 야전삽, 고 장복동 일병의 전투화, 고 최승갑 하사의 이름이 새겨진 삼각자 등 유해발굴사업을 통해 가족 품으로 돌아간 전사자 유품과 사연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학기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단장은 “지금까지 국군 전사자 9500여위(位)를 발굴해 이 가운데 121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6월11일까지.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