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이 29~31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산대희(山臺戱)-만화방창(萬化方暢) 광화문’을 연다. 산대희는 산처럼 높은 무대를 놓고 풍요와 화합을 기원하며 펼치는 연희다. 신라 진흥왕(534~576)이 연 팔관회에서 시작해 고려의 연등회와 나례 때에도 열렸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임금의 환궁 행사와 중국 사신 영접 행사 등에서 열려 흥을 돋궜다.

산대희는 온갖 볼거리를 모아놓은 화려한 ‘버라이어티쇼’로 통했다. 나무로 단을 엮어 높이 쌓은 뒤 오색 비단을 늘어뜨렸다. 그 무대에서 탈놀이와 줄타기, 처용무, 꼭두각시 놀음, 접시 돌리기 등 각종 연희가 벌어졌다. 대규모 행사에서는 광대 600여명이 동원된 산대희가 열리기도 했다. 조선 연산군(1476~1506) 때에는 까마귀와 매, 따오기 등 각종 새를 잡았다가 공연 중에 날렸다는 기록도 있다.

대표적인 전통 민속축제였던 산대희의 명맥이 끊긴 것도 이 때문이다. 조선 정조는 1784년 산대희는 너무 비용이 많이 드는 행사라며 중단을 명했다. 이후 20세기까지 열리지 않다가 2004년 처음으로 복원됐다. 국악원이 산대희를 공연하는 것은 2009년 이후 8년 만이다.

이번 공연은 국악원이 2008년 초연한 궁중 산대희를 새롭게 구성했다. 민간 연희 예술을 다채롭게 선보이도록 꾸몄다.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재담꾼인 산받이와 박첨지가 등장해 유쾌한 입담으로 공연을 이끈다.

공연은 서울 광화문을 배경으로 한 4개 막으로 구성했다. 사람들이 세상의 액운을 걷어내고, 새 희망을 품은 채 화합해 태평성대를 기원한다는 내용이다. 국립국악원의 민속악단과 무용단에 객원 출연진 34명이 어우러져 풍물놀이, 검기무, 탈춤, 판소리, 인형극, 줄타기 등 풍성한 무대를 선보인다. 3부 풍물 대동굿 무대에는 소고 10명, 장고춤 무용수 6명을 비롯해 모두 62명의 예술인이 나선다.

연출을 맡은 극단 사니너머의 김학수 대표는 “화해와 상생의 시대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번 공연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1만~3만원. (02)580-3300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