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최의 ‘YASSIN’.
도파민 최의 ‘YASSIN’.
인간의 사고는 뇌가 관장하지만 마음이 머무는 곳은 가슴이다.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거워야 한다’는 말이 있듯 가슴은 감성의 상징이다. 심장이라는 말에 마음 ‘심(心)’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간의 가슴을 다양한 형태로 형상화한 작품을 모은 이색 전시회가 마련됐다. 서울 통의동 진화랑이 올해 첫 전시로 다음달 9일까지 여는 ‘슴가’전이다. ‘슴가’는 가슴이라는 단어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 금지어로 설정되면서 차용한 순화된 표현이다. 영국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도파민 최(한국명 최종환)를 비롯해 양은빈, 엘리스, 이창호, 포리, 황태원 등 20~30대 작가 6명으로 구성된 아트프로젝트 그룹 ‘키치스’가 전시에 참여했다. 키치스는 회화, 일러스트, 조형,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모임이다. 아트토이라는 매체로 협업하는 이들은 이번 전시에 여성의 가슴을 아름다운 시각적 상징으로 제작한 회화, 영상, 설치, 아트토이 등 70점을 내놨다.

작가들은 가슴에 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녹여냈다. 런던 킹스터대 미대를 졸업한 도파민 최는 가슴을 소재로 제작한 회화, 조각, 피규어 등 ‘도파민’ 시리즈 11점을 출품했다. 여성의 가슴을 봤을 때 뇌에서 발생하는 성적 유희를 시각예술로 승화한 게 흥미롭다. 그는 “젖가슴은 오래 숙성된 장맛 같은 모성애와 열정이 융합된 감성의 산실”이라며 “여성의 가슴을 보는 순간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신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미대 출신인 이창호 씨는 누드 모델을 찍은 사진에 얇은 비닐을 덮고, 그 위에 화려한 색깔의 옷을 그려 넣는 독특한 방식으로 젖가슴을 추적한다. 보는 위치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는 렌티큘러 기법을 활용해 현대인의 관음증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양은빈 씨는 ‘슴신’이 방울신을 만나 사랑을 나누던 도중 폭발해 가슴만 떨어져 나왔다는 설화를 설치작품으로, 포리는 청소기와 조명등 같은 플라스틱 용기로 제작한 젖가슴을 선보인다. 로봇 공학을 전공한 황태원 씨는 프랑스 패션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의 콘브라를 소재로 여성성을 강조한 로봇작품으로 시선을 끈다. 오는 25일, 4월1일과 8일에는 ‘슴가베이커리’ 이벤트가 마련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