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이 내달 6~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할 ‘팔리아치&외투’.
국립오페라단이 내달 6~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할 ‘팔리아치&외투’.
유랑극단의 단장 카니오는 공연 시작 전 큰 충격에 휩싸인다. 아내 넷다가 청년 실비오와 은밀한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막이 오르면서 그는 어쩔 수 없이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를 처절하게 부른다. “가슴이 찢어지고 아내를 빼앗겨도 팔리아초(광대), 너는 광대 의상을 입고 흰 분칠을 하고 희극을 연기해야 한다네.” 극중 모든 상황이 실제 자신의 이야기와 똑같다. 그는 그만 자제심을 잃어버리고 함께 연기하던 넷다를 살해하고 뒤따라 나온 실비오도 죽인다. 극과 극 사이를 오가며 살인까지 감행하는 파격적인 이 작품은 루제로 레온카발로의 오페라 ‘팔리아치’다.

올봄 파국을 몰고 오는 ‘핏빛’ 사랑의 오페라들이 펼쳐진다. 극단적 사랑을 다룬 단막 작품 ‘팔리아치’에 각각 다른 작품을 결합한 두 작품이 잇따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4월6~9일 무대에 오르는 국립오페라단의 ‘팔리아치&외투’, 5월26~28일 공연하는 솔오페라단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팔리아치’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을 풍기는 동시에 베리스모(verismo·사실주의)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줄 두 공연에 오페라 애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식을 깬 새로운 결합…‘팔리아치&외투’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팔리아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팔리아치’
기존의 팔리아치 공연은 대부분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함께했다. 팔리아치 작품 자체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흥행에 자극받아서 만들어졌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런 공식을 깨고 팔리아치에 자코모 푸치니의 ‘외투’를 더했다.

‘외투’는 비참할 정도로 사실적인 상황 묘사와 강한 밀도의 음악으로 푸치니의 오페라 중 가장 베리스모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작은 배를 집 삼아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미켈레는 그의 젊은 아내 조르젯타에게 늘 사랑을 갈구한다. 그러나 아내의 마음은 이미 식어버렸고 미켈레는 홀로 쓸쓸한 마음에 담뱃불을 붙인다. 그런데 그 불빛을 밀회의 신호로 착각한 아내의 정부이자 평소 미켈레를 돕던 인부 루이지가 나타나고, 결국 루이지는 미켈레의 손에 죽는다. 미켈레가 죽은 루이지의 시체를 외투로 감싼 채 조르젯타에게 보여주며 막이 내린다.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은 “두 작품은 내용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비극”이라며 “팔리아치가 화려하면서도 외향적인 치정을 다루는 데 비해 외투는 밑바닥 인물들의 깊이 있는 슬픔과 잔인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메트로폴리탄, 로열오페라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테너 칼 태너가 두 작품에서 상반된 역할을 맡는다. 팔리아치에선 카니오 역, 외투에선 루이지 역을 맡아 배신당한 자와 배신하는 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해 베로나아레나페스티벌에서 한국인 최초로 ‘아이다’ 역을 맡아 화제가 된 소프라노 임세경은 두 작품에서 모두 아내로 열연한다. 연출은 이탈리아 등 유럽 무대에서 각광받고 있는 페데리코 그라치니, 지휘는 라 스칼라 극장 등에서 활동한 주세페 핀치가 맡는다. 1만~15만원.

◆전통 살린 ‘카발레리아…&팔리아치’

솔오페라단은 오페라 전통을 살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를 결합한다. 국립오페라단은 1부에 팔리아치를 선보이지만, 솔오페라단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1부에 올린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극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서정미 넘치는 멜로디와 낭만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극의 배경은 이탈리아 시칠리아다. 군대에서 제대한 투리두는 전 애인 롤라가 알피오와 결혼한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다가, 자신을 위로해준 산투차와 결혼한다. 투리두와 롤라는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했지만 다시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이를 안 알피오는 투리두를 살해한다.

솔오페라단이 이탈리아 마시모벨리니극장과 공동 제작한다. 이소영 솔오페라단 예술감독은 “시칠리아의 19세기 삶과 풍경을 재현하기 위해 마시모벨리니극장의 무대와 의상을 직접 공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연출은 페트루첼리 극장 등에서 활동한 잔도메니코 바카리가 맡았다. 박지운과 데이얀 세빅이 지휘한다. 1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선 테너 미하일 쉐샤베리즈가 투리두, 소프라노 피오렌차 체돌린스가 산투차 역할을 한다. 2부 팔리아치에선 쉐샤베리즈가 카니오 역을 맡고, 소프라노 발레리오 세페가 넷다로 출연한다. 1만~18만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