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생명체처럼 생성·변천·소멸"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숙주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홀려서 사랑하기로 작정한 사람의 내부에서 생을 시작한다.”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 작품을 수출하며 ‘문학 한류’를 이끌고 있는 이승우 작가가 5년 만에 새 장편소설 사랑의 생애(위즈덤하우스)를 냈다. 이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사랑은 기생체이고 사람은 숙주”라고 단언한다. 사랑이 마치 생명체처럼 스스로 의지를 갖고 사람 속으로 들어가 생성과 소멸을 거치며 자체의 생애를 산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사랑을 시작하고, 엇갈리고, 끝내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을 통해 사랑의 근원, 속성, 위력을 성찰했다”고 설명했다.

소설의 중심 사건은 세 남녀의 삼각관계다. 선희는 대학 선배인 형배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거절당한다. 선희는 어렵게 마음을 추스른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형배가 “너에 대한 내 감정도 사랑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며 선희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때 선희의 곁에 다른 남자가 찾아온다. 형배를 대신해 선희의 곁을 지켜주던 영석이 선희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 것. 통속적인 설정이지만 그런 까닭에 오히려 ‘비범한 사랑’이 아니라 ‘평범한 사랑’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준다.

또 다른 등장인물인 준호와 민영 커플은 사랑과 결혼이 뭔지를 놓고 토론을 벌인다. 준호는 사랑이 유일하거나 영원할 수 없고, 따라서 결혼은 사랑과 무관하게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에 불과하다고 믿는 자유연애주의자다. 반면 민영은 남녀 간 사랑이 변덕스럽기 때문에 오히려 결혼을 통해 관계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논쟁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얘기인 까닭에 곧 독자가 벌여야 할 논쟁이기도 하다.

이 작가는 “소설 속 삼각관계는 사람이 주도한 게 아니라 전부 사랑이 시킨 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랑이 어느 순간 문득 사람에게 들어와 자기 생을 시작하면 그는 불가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돼 속수무책으로 사랑을 겪는다”며 “그 사랑이 사랑의 숙주가 된 우리를 움직여 연애의 황홀한 기쁨부터 저승처럼 잔혹한 질투를 거쳐 이별의 괴로운 상처까지를 차례로 경험하게 한다”고 이번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