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서진 등 8명 단편 모은 '호텔 프린스' 출간
작가와 호텔이 맺은 인연 단편소설집으로 나왔다

한 소설가와 호텔이 맺은 16년 전의 인연이 계기가 돼 단편소설 작품집이 태어났다.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호텔방에서 쓰였고 내용도 호텔에 관한 얘기다. 안보윤 서진 전석순 김경희 김혜나 이은선 황현진 정지향 등 젊은 작가 8명의 단편소설을 모은 《호텔 프린스》(은행나무)다. 이 호텔은 서울 명동에 실제로 있다.

사연은 이렇다. 윤고은 작가는 대학생이던 16년 전 신춘문예를 준비하기 위해 선배들과 이 호텔에 하루 묵었다. 서로의 작품에 대해 평가해보는 시간을 갖자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또래의 모임이 으레 그렇듯 윤 작가 등은 호텔방에서 밤새 귀신 얘기나 하며 하루를 다 보내고 말았다. 윤 작가는 당시의 추억을 담은 산문 ‘호텔프린스의 추억’을 한 잡지에 기고했다. 호텔 측은 이를 계기로 2014년 ‘소설가의 방’이라는 특이한 사회공헌 사업을 시작했다. 소설가에게 집필 공간을 주기 위해 작가의 신청을 받아 한 달여 동안 방을 무료로 빌려주는 사업이다. 이번 작품집에 참여한 작가들은 모두 이 사업의 수혜자다. 호텔방에서 머물며 쓴 작품을 책으로 엮었다.

참여 작가들은 호텔이라는 사적이고 내밀한 공간을 오가는 인물들의 심리와 감정을 예민하게 그렸다. 황현진 작가는 ‘우산도 빌려주나요’에서 어머니와 딸이 호텔에서 하룻밤 묵으며 그동안 서로 간에 품었던 오해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전석순 작가는 ‘때 아닌 꽃’에서 호텔에 장기간 투숙하며 어머니를 간호하는 남자와 여자를 통해 부부와 형제, 고부와 친척 간의 미묘하면서도 불편한 관계를 차분하게 묘사했다.

호텔은 여행자가 머무는 곳이어서 표류와 방랑의 정서가 묻어나는 작품도 많다. 서진 작가는 ‘해피 아워’에서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생전 처음으로 타국에 발을 들인 남자의 방랑기를 그렸다.

이번 작품집에는 작가들이 입주 기간에 호텔에서 받은 환대와 배려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은선 작가는 “작가에게 방이란 떼려야 뗄 수 없는 특별한 공간”이라며 “책을 읽고 소설을 쓰는 모든 행위가 어쩌면 ‘방’으로 가기 위한 여정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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