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에 전시된 르누아르의 1893년작 ‘두 소녀, 모자 장식하기’.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에 전시된 르누아르의 1893년작 ‘두 소녀, 모자 장식하기’.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설 연휴를 맞아 온 가족이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전시회가 다채롭게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과 덕수궁관이 연휴에도 문을 열고 서울시립미술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도 휴무 없이 관람객을 맞는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는 28일 하루만 휴관한다.

유영국의 산에 반하고…르누아르 여인에 혹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은 27~30일 모든 전시장을 무료로 개방한다. 과천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소장품전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에서는 박수근 변관식 이우환 등 국내외 화가 300여명의 작품 56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관의 특별전 ‘공예공방, 공예가 되기까지’를 비롯해 건축적 특성을 재해석한 ‘보이드’, 음식문화를 통해 재발견되는 도시와 삶, 예술을 선보이는 ‘미각의 미감’ ‘김수자-마음의 기하학’전도 볼 만하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화백의 명작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만날 수 있다. 일본 도쿄 유학 당시 자유로운 미술 사조를 경험한 유 화백의 60년 미술 인생을 아우르는 수작 100여점이 나와 있다. 끊임없는 단련으로 자연의 정수를 보여주고자 한 유 화백의 회화 세계를 엿볼 기회다.

오스트리아의 ‘국민화가’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1928~2000)의 특별전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훈데르트바서는 자연으로부터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느리고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려 나가는 ‘식물적 회화법’을 개척한 작가로 유명하다. ‘타시즘을 위한 오마주’ ‘노란 집들’ 등 100여점이 걸렸다. 훈데르트바서의 식물화 화법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곱씹게 한다. 한복을 입고 가면 관람료를 50% 할인해준다. 만 60세 이상 관람객이 설날인 28일 가족과 함께 가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비디오 아트의 거장 백남준과 조선시대 대가들의 작품을 비교하며 보고 싶다면 DDP를 찾아보자. 간송미술문화재단과 백남준아트센터가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전을 열고 있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한 심사정, 최북, 장승업 등 조선시대 거장의 그림 30점이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와 나란히 걸려 빛을 발한다. 작품 세계는 몹시 다르지만 제각기 추구했던 개성 강한 예술혼을 만날 수 있다.

‘현대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의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전시회도 놓칠 수 없다. 아파트를 창안해 인류문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르 코르뷔지에의 회고전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설 연휴에도 이어진다. 건축가로서의 미의식이 형성되던 시기부터 죽기 전까지 행적을 담은 자료를 비롯해 드로잉, 회화, 건축 모형 등 500여점이 나와 있다. 일생 그 자체가 예술이 돼버린 거장이 남겨놓은 유산을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는 프랑스 출신 인상파의 거장 오귀스트 르누아르(1893~1983)의 예술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르누아르는 여성의 몸이 뿜어내는 매혹을 찬미하고 칭송하는 데 자신의 예술적 목표를 집중한 화가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화사한 색채로 담아낸 인물화 47점이 한 공간에 펼쳐졌다. 10대 소녀를 마치 천상의 얼굴처럼 표현한 ‘어린아이와 소녀’, 여체의 신비를 표현한 ‘누드와 목욕하는 여인’ ‘두 소녀, 모자 장식하기’ 등이 눈길을 끈다.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최우람·이태호·배종헌의 개인전, 광주시립미술관의 ‘하정웅 청년작가 초대전’과 ‘꼬끼오~전’에서도 선묘와 색채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은 “설 연휴에 가족과 함께 미술관을 찾아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하면 눈도 즐겁고 문화적 소양도 쌓을 수 있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