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시·에세이 신작 줄줄이 대기…문단 활력 이끌까
소년의 눈으로 본 전쟁의 참상을 그린 장마로 유명한 소설가 윤흥길 씨가 올해 하반기에 새 장편 문신(전 5권·문학동네)을 낸다. 윤씨의 장편 출간은 1997년 빛 가운데로 걸어가면 이후 20년 만이다. 이번 작품은 일제 말기 열강의 이권 다툼으로 격랑에 휩싸인 한반도에서 아수라장을 헤쳐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한 가족의 얘기다. 윤씨는 “예로부터 전쟁터에 나갈 땐 ‘시신으로라도 고향에 돌아오겠다’는 소망을 담은 문신을 하는 부병자자(赴兵刺字) 풍습이 있었다”며 “한민족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인 귀소본능에 대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우 사랑의 생애 3월 출간

윤씨를 비롯한 중견·원로 작가들이 올해 신작을 활발히 낼 예정이다. 상반기에는 이외수, 이승우, 이정명 작가 등이 신작을 낸다. 이외수 작가는 12년 만의 새 장편 보복전문대행주식회사(가제·해냄)를 출간한다. 한 은둔형 외톨이가 주문자의 의뢰로 보복을 대신 해주는 회사를 세우고 운영한다는 설정이다. 이승우 작가는 사랑이 변하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그린 장편 사랑의 생애(가제·위즈덤하우스)를 오는 3월께 낼 예정이다. 그는 200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르 클레지오가 차기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한국인으로 꼽은 인물이다. TV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를 끈 뿌리 깊은 나무의 이정명 작가는 5월쯤 ‘민주투사’ 이한열을 다룬 장편 선한 이웃(가제·은행나무)을 낸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1987년 6월 항쟁을 기념하는 의미다.

하반기에 신작을 낼 작가 중에는 독자에게 익숙한 이름이 더 많다. 박민규 작가는 8월쯤 위즈덤하우스에서 새 장편을 낼 계획이다. 한수미 위즈덤하우스 편집장은 “사회적 메시지가 짙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작가가 문학동네와 창비에서도 장편을 낸다는 얘기가 있지만 해당 출판사 측은 성사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공지영 작가는 사회 부조리와 그에 맞서는 사람들을 그린 작품을 여름께 낸다. 윤고은 작가와 황정은 작가는 민음사에서 각각 장편과 연작소설을, 공선옥 김홍신 작가는 각각 창비와 해냄에서 장편을 출간할 계획이다.

단편집도 적잖게 나온다. 상반기에 조해진 작가가 창비에서, 하반기엔 김애란 김영하 배수아 작가가 문학동네에서 단편집을 펴낸다. 배수아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가 최근 영미권에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작가다.

◆천양희 최두석 장석남 시집도

시집 부문에서는 문학과지성사(이하 문지)가 올해에도 화려한 ‘라인업’을 준비했다. 중견 시인 천양희 최두석 신영배 심보선 김언, 젊은 시인 중에서는 유희경 서효인 박준 시인이 ‘문지 시인선’으로 시집을 낼 예정이다. 정호승 신용목 나희덕 장석남 시인은 창비에서 시집을 낸다. 이근혜 문지 수석편집장은 “지난해엔 시가 예년에 비해 높은 인기를 누렸는데 올해도 이런 흐름이 전반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길이가 짧은 시의 특성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TV드라마, 각종 잡지 등에서 인용되며 독자와의 접점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세이집도 여럿 나온다. 황석영 작가는 자전적 에세이 수인(囚人)(문학동네)을 오는 4월 낼 예정. 강정, 최영미 시인은 각각 에세이집 길 위의 이야기(가제)와 내가 사랑하는 시 2(가제)를 해냄에서 낸다.

올해에도 문학계가 지난해만큼 흥행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에는 은희경 조정래 정유정 등 스타 작가가 책을 많이 냈고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 붐이 일었다. 한 대형 서점 한국문학엠디는 “올해에도 유명 작가들이 책을 많이 내지만 지난해만큼 ‘흥행 보증수표’가 많지는 않다”며 “전반적으로 잘 팔릴 책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