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한강공원의 천막극장 그랑샤피토에서 개막한 그레이트유로서커스의 ‘스타즈 오브 유로’.
21일 서울 한강공원의 천막극장 그랑샤피토에서 개막한 그레이트유로서커스의 ‘스타즈 오브 유로’.
한 남성이 대포 속으로 들어가더니 카운트다운과 함께 하늘로 휙 날아갔다. ‘인간 대포’가 된 그는 관객 사이에 놓인 안전장치에 정확히 착지했다. 바이커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굉음을 내며 등장했다. 현란하게 무대를 질주하는 그들의 모습이 아찔했다. 그네를 타다가 공중제비를 돌고, 바퀴 안에서 거꾸로 매달리는 곡예도 펼쳐졌다.

21일 서울 한강공원에 설치된 유럽식 천막극장 그랑샤피토에서 개막한 유럽 정통 서커스단 그레이트유로서커스의 ‘스타즈 오브 유로’다. 그레이트유로서커스는 1800년대 초부터 7대째 서커스를 하고 있는 독일 웨버가(家) 사람들로 구성된 서커스단이다. 그동안 10여개국을 돌며 관객 300만여명을 동원했다.

'인간 대포'에 아찔한 곡예와 마술, 유럽 정통 서커스에 푹 빠져볼까
이 서커스단의 아시아 초연인 이번 무대는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화려함이 특징이다. 어린 시절 가족의 손을 잡고 서커스를 보러 갔던 중·노년층에겐 추억을 되살릴 만한 무대다. 인간 대포, 오토바이 묘기와 같은 굵직한 볼거리도 있지만 아기자기한 곡예가 주를 이루고 있어서다. 캐나다 태양의서커스보다 규모는 훨씬 작지만 천막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봤던 동춘서커스를 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곡예뿐만 아니라 마술, 춤, 노래 등으로 구성했다. 함께 춤추던 남녀가 서로에게 검은 천막을 몸에 씌운다. 그러면 입고 있던 옷이 순식간에 바뀐다. 록그룹 퀸의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를 출연진이 따라부르면서 흥을 돋우는 등 축제 분위기가 이어진다. 내년 1월7일에는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장신(251㎝) 슐탄 코센이 입국해 공연에 참여한다.

지나치게 다양한 레퍼토리는 공연의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마술 등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피에로가 나와 관객의 박수를 유도하는 시간도 공연 중간에 10분 이상 이어진다. 서커스의 진수를 보고자 했던 관객은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태양의서커스와 같은 스토리도 없다. 하나의 콘셉트와 스토리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묘기를 하나씩 보여주는 데 그친다. 이로 인해 공연의 완결성과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 내년 2월26일까지, 5만~18만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