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팔순 노학자의 '인생 강의'…"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다"
누구나 한 번 쯤은 ‘세상에 나 혼자뿐’이란 시린 고독과 절망에 사로잡힌다. 자신에 대한 모멸감부터 가족과의 불화,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 등 각자 이유는 다르다. 알 수 없는 슬픔의 극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파국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해 사람 간의 연결이 화두가 된 지 오래인데도 사람들은 더욱 외로움을 호소하고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인간의 내밀한 역사》로 잘 알려진 영국의 역사철학자 시어도어 젤딘은 《인생의 발견》에서 삶에 대한 이 같은 근본적 질문을 하나하나 던지며 기억과 역사, 의미와 문화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 세계엔 국경도 없고, 시대 구분도 없다. 그저 인간으로서의 근원적 질문과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을 연결시키려는 팔순 노학자의 넘치는 포용과 따뜻한 향기만이 녹아 있다.

28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각 장은 언뜻 보면 매우 단순하다. 우리 시대의 위대한 모험은 무엇일까, 헛된 삶이란 무엇인가, 자살하는 방법은 얼마나 많을까, 알아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하나같이 묻기는 쉽지만 답하긴 어려운 주제들이다.

젤딘은 17세기 명말청초(明末淸初) 시기 학자 모기령, 프로이트의 손자이자 유명 화가인 루치안 프로이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앤드루 카네기, 밥 딜런, 485명의 고아를 거둬 기른 인도 여성 하이마바티 센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의 수많은 인물을 불러낸다. 하지만 그는 이처럼 다양한 인물의 삶을 이야기하면서도 각 장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진 않는다. 다만 속삭일 뿐이다. “당신만 그런 게 아니었다”고 말이다.

책의 끝에 가까이 갈수록 젤딘이 전하는 메시지는 선명해진다. 사람들이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고 쉽게 절망하는 건 착각이라는 사실이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인간의 본질적 고민은 변하지 않았고, 역사란 이름으로 전해지는 방대한 유산을 통해 세상 사람 모두 거대한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고 젤딘은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한다.

저자는 결코 ‘진부한 꼰대’로 나서지 않는다. 그 때문에 이 책이 더욱 매력있게 다가온다. 젤딘은 “개인의 경험은 부족한 식단이지만 남들에게 습득한, 사실상 살아 있거나 죽은 모든 인류에게서 습득한 간접 기억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