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꿀벌 사회의 민주주의, 어쩌면 인간보다 나을지도
도서관은 책들의 집이다. 수많은 도서가 새로 들어오고, 한정된 공간의 서가에서 오래된 책들은 보존 서고로 보내진다. 그중에서도 주민들이 꾸준히 찾는 스테디셀러는 서가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 이런 책들 중 하나가 《생명이 있는 것은 아름답다》다. 자연과학 분야 교양서로 꾸준히 주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동물들이 사는 모습을 알면 알수록 그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은 물론 우리 스스로도 더 사랑하게 된다.”

저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동물행동학자로서 살아 있는 모든 생명 그 자체에 쏟은 시간을 글로 표현했다. 유년기부터 오랜 시간 개미와 꿀벌, 거미와 여러 종류의 새들, 물고기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세계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느꼈다는 생명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물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봤고, 동물의 세계를 통해 인간의 세계를 투영한 저자는 사람들 사이의 사랑이 이해를 통해 이뤄지듯이 동물에 대한 사랑은 ‘앎’을 통해 이뤄질 수 있음을 역설한다.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장에서는 가시고기의 진한 부성애와 꿀벌 사회의 민주주의, 동물 세계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의식과 권력 다툼 등을 다룬다. 두 번째 장에선 동물 사회의 열린 경쟁과 동물들의 성(性)에 따른 역할 분담 등을 담고 있다. 세 번째 장에선 호주제 등의 그릇된 인간 사회의 관습을 꼬집으며 동물 세계와 비교한다. 마지막 장은 동물 사회를 보고 배우며 우리 사회가 더불어 가는 사회가 돼야 함을 강조한다.

책 속 주인공은 개미, 꿀벌, 거미, 새, 물고기 등 우리 삶에 친근한 동물들이다. 집단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는 개미, 다친 동료를 끝까지 보살피는 고래, 가시고기 아빠의 자식 사랑과 모성애까지 발휘하는 해마 아빠, 정찰벌들과 믿음을 바탕으로 협력하는 꿀벌들. 저자는 동물의 행태와 생태를 통해 인간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들며 우리의 이기적인 모습을 따끔하게 비판하면서 동물들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서로 지지해주지 못하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산모가 작은 철제 상자 안에 아기를 두고 갈 수 있게 만든 ‘베이비박스’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이기주의가 팽배한 요즈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꿀벌 사회의 민주주의, 어쩌면 인간보다 나을지도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사람과 동물 등 모든 생명체에 다가갈 때 우리는 단순한 생명체의 외면만을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떤 생명체도 그의 삶에 아름다움을 품고 있음을 알고, 그 삶까지 사랑하며 다가가는 실천을 해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생명이 공존하며 같은 하늘과 다른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함께 살아간다. 책을 읽으면서 살아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자각하게 된다. 짧게나마 그들의 생활을 함께하고 왔다는 기분이 든다.

‘생명의 앎’을 바탕으로 이해와 사랑할 수 있는 변화를 도모하는 기회와 계기를 제공해주는 책이다. (최재천 지음, 효형출판, 268쪽, 1만2000원)

서형실 < 대전 가오도서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