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2014년 10월 일본 도쿄 오페라시티홀에서 연주하고 있다. 경기필하모닉 제공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2014년 10월 일본 도쿄 오페라시티홀에서 연주하고 있다. 경기필하모닉 제공
오스트리아의 후기 낭만파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는 “교향곡은 하나의 세계처럼 모든 것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말러는 실제로 11편의 교향곡에 하나의 세계를 담듯 자신이 느낀 감정 모두를 쏟아부었다. 이 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감정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이 ‘교향곡 5번’이다.

경기필이 연주한 말러 교향곡 5번, 세계적 레이블 '데카' 달고 나왔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경기필)가 지난 12일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 레이블인 데카를 통해 말러의 교향곡 5번 음반(사진)을 발매했다. 국내 오케스트라가 데카에서 음반을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시연 경기필 예술단장 겸 상임지휘자는 13일 서울 용산구 일신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기필과의 첫 무대가 말러 교향곡 2번이었는데 그 감동을 이어가고 싶어 말러의 또 다른 대작을 선택했다”며 “예술성과 기량이 뛰어난 이들이 많은 데카 레이블과 함께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이 음반은 2007년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성 단장의 첫 앨범이자 내년에 창단 20주년을 맞는 경기필의 첫 정규 앨범이다. 음반 제작은 마이클 파인이 맡았다. 파인은 1992년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클래식 레코딩 프로듀서’ 부문을 수상한 세계적인 프로듀서로 도이치그라모폰 부사장 등을 지냈다. 올해 8월 개관한 롯데콘서트홀에서 녹음된 최초의 앨범인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그는 “콘서트홀에 울림이 많아 걱정도 됐지만 음을 따뜻하고 고급스럽게 감싸주는 효과가 컸다”며 “이 앨범만의 독특한 사운드를 즐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4악장으로 구성된 일반 교향곡과는 달리 5악장으로 이뤄진 이 곡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건강 악화로 인한 극도의 불안감과 이후 이를 극복하고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면서 느낀 환희가 표현돼 있다.

1악장은 장송 행진곡처럼 시작한다. 성 단장은 “1악장에서 말러는 1인칭 시점으로 곡에 녹아들어가 있다”며 “트럼펫의 절규가 곧 말러의 절규”라고 설명했다. 이어 2, 3악장은 격렬하게 이어지고, 4악장 ‘아다지에토’에선 사랑과 기쁨의 선율이 흐른다. 마지막 5악장엔 환희와 광기가 폭포처럼 쏟아진다. 성 단장은 “이 또한 모두 명확하지 않은 혼재된 감정으로 말러의 세계관이 그러했듯 울고 있지만 웃고 있고, 행복하지만 행복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뒤섞인다”며 “이를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경기필은 내년 9월17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뮤직페스트 베를린’에 아시아 오케스트라 최초로 초청받았다.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교향곡인 ‘예악’ ‘무악’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