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숙 씨가 서울 중림동 한경갤러리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맨드라미’를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서양화가 김숙 씨가 서울 중림동 한경갤러리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맨드라미’를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맨드라미 화가’로 불리는 김숙 씨(57)는 직장인에서 돌연 전업화가로 변신한 경우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미술대학 대신 숭실대 경제학과에 들어갔다. 대학 시절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1980년대 시국 사건들로 인해 학교가 휴교하자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림을 공부했다. 졸업 후 보험회사에 들어간 뒤에도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는 1988년 전업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김씨가 5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여덟 번째 개인전을 시작했다. 주제는 ‘나 그리고 또 하나의 나’. 수만 번의 붓질로 거친 질감을 자아내는 엠파스토 기법으로 작업한 맨드라미를 비롯해 소나무, 숲길 등 근작 20여점을 걸었다.

김씨는 맨드라미를 사실적으로 그려 유명해졌다. 2010년 개인전에서 작품이 많이 팔려나가며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해 혼자 힘으로 기량을 쌓았다.

1988년 직장을 그만둔 작가는 본격적으로 그림에 매달렸다. 서울 논현동 작업실에 틀어박혀 하루 8시간 이상 그림만 그렸다. 결과는 대한민국미술대전·한국수채화협회공모전·목우회공모전 등의 입상으로 나타났다.

2005년에는 그의 삶을 담아내는 소재로 맨드라미를 선택했다. 뜨거운 여름 태양빛 아래서 붉게 솟아나 그 어느 꽃에도 뒤지지 않는 도도함과 멋스러움, 강인함이 자신을 닮았다는 생각에서다.

맨드라미 그림은 이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홍콩과 상하이, 베이징 아트페어는 물론 국내 그림장터에서도 그의 작품은 연간 10~20점씩 팔려나간다. 그의 맨드라미 그림은 한 편의 서정시를 읽는 것 같은 감흥을 안겨준다. 대상의 화려한 색감이 삶의 변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맨드라미 등 대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배경 화면을 색면추상으로 처리한 것도 그만의 특징. 그래서 그의 작품은 강렬하지 않으면서도 담백하고 경쾌하게 다가온다. 김씨는 단순히 사실적으로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대상에 강인한 생명력을 불어넣으려 한다. 일반 미술애호가보다는 ‘화가들이 칭찬하는 작가’로 통할 정도로 다른 구상 작가들과 남다른 점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캔버스 앞에서 독재자의 모습으로 색감과 분위기를 장악할 때 마음에 드는 작품이 탄생한다”며 “맨드라미에 인생의 다양한 의미를 녹여내고,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훈훈한 온기를 안겨주는 ‘행복의 미학’을 창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16일까지. (02)360-423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