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베르디 오페라 '맥베스' 중 '아직도 여기 핏자국이… '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타이틀 롤보다 더 악독한 인물은 그의 아내다. 결심하지 못하는 남편을 부추겨 왕을 암살하고 왕위를 찬탈한 것은 물론 정적을 제거하는 문제도 뒤에서 조종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난 후에도 죄의식에 시달린 나머지 몽유병 상태로 손에 묻은 피가 지워지지 않는다는 헛소리를 한다. 악인도 구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베르디가 이런 장면을 놓칠 리 없다. 덕분에 그의 초기 걸작 ‘맥베스’ 중 ‘몽유병 신’은 셰익스피어를 뛰어넘는 감동의 명장면으로 탄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 번째 담화를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하다. 그간의 어리석음은 국가의 근간을 뒤흔든 큰 잘못이었으나 진심으로 뉘우치고 퇴진한다면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연민의 감정을 전하고 싶다.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