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진심 못 얻으면 '좋아요' 많아도 소용없어"
“마케팅의 성공 여부는 플랫폼 활용에 달린 것이 아닙니다. 플랫폼은 언제든 변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들어서 소비자는 더 이상 기업의 광고와 홍보를 믿지 않습니다.”

디지털마케팅 에이전시인 메가존에서 펜타클사업부 총괄크리에이티브디렉터를 맡고 있는 김대영 이사(42·사진)는 지난 15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광고를 믿던 소비자는 이제 ‘우린 진실을 다 알고 있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며 “기업들이 솔직하고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마음으로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와 라이나생명에서 홍보 담당 임원이던 그는 네슬레와 페레로, GSK, LG생활건강 등 대기업과 디지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광고주 역할에서 광고 대행업무 위치로 바뀐 느낌이 어떠냐고요? 저는 좋아요. 원래 둘의 관계는 갑과 을로만 설정되지 않거든요. 여러 브랜드 광고 대행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어서 언제나 새롭고 자유로운 느낌을 받습니다. 공부도 더 하게 되고요.”

김 이사는 지난 9월 SNS 마케팅 분석서 《좋아요를 삽니다》를 출간했다. 책 제목과 달리 주요 주제는 “진정성 있는 ‘페이스북 좋아요’는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플랫폼 변화 유행만 따르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를 예로 들어볼까요? 이 회사에선 어느 날 고객이 ‘신발을 주문한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반품하려고 한다’는 여성의 전화를 받고, 그 사람에게 위로의 뜻으로 흰 국화를 보냈어요. 반품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본 것이죠. 공감을 얻었기 때문에 자포스는 신뢰가 쌓인 겁니다.”

그는 “소비자들이 왜 SNS에 글과 사진을 올리고, 왜 이모티콘과 ‘좋아요’를 누르고, 왜 뭔가를 알리고 싶어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안타깝지만 대다수 한국 기업은 이 기본적인 ‘왜’란 질문을 하지 않은 채 엄청난 돈을 마케팅에 뿌린다”고 지적했다. 또 그 원인으로 수직적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경직된 기업문화를 꼽았다.

“SNS는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쌍방향 소통이 있어야 유지되는 플랫폼입니다. 소비자에게 뭔가를 억지로 알리려고 하거나,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분야가 아닙니다. 시대가 변했는데 아직도 소비자를 한 수 아래로 봅니다. 그렇게 해서 돌아오는 건 소비자의 외면뿐이죠.”

김 이사는 “브랜드 마케팅을 잘하는 회사일수록 가장 신경 쓰는 분야가 콜센터를 비롯한 서비스 부문”이라며 “가장 낮은 위치에서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직원의 사기를 북돋워야 직원들의 기업 충성도가 올라가고, 그것이 SNS 마케팅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SNS 마케팅은 결국 입소문 마케팅의 신기술 버전입니다. 더 이상 시장에선 허위나 과장이 통하지 않습니다. 진심을 얻지 못하면 1000만개의 ‘좋아요’를 얻는 기업 브랜드라 해도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