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개봉해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동명의 아일랜드 음악 영화를 무대로 옮긴 뮤지컬 ‘원스’.
2006년 개봉해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동명의 아일랜드 음악 영화를 무대로 옮긴 뮤지컬 ‘원스’.
이야기와 음악, 시각적 요소가 어우러지는 무대예술과 스크린예술은 표현 양식과 플롯 전개 방식, 미장센(연극과 영화 등에서 연출가가 시각적 요소들을 배열하는 작업) 등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왔다. 뮤지컬과 극영화는 더 각별하다. 1920년대 말 사운드가 스크린에 도입되면서 두 장르의 ‘밀월 관계’가 본격 시작됐다. 유성영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1930년대 할리우드에서는 소리의 효과를 뽐낼 수 있는 뮤지컬 영화가 전성 시대를 맞이했고, 흥행 영화는 다시 뮤지컬로 각색돼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과 영화의 활발한 교류는 요즘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은 뮤지컬은 영화로 만들어지고, 대중적인 인지도와 탄탄한 구성을 갖춘 영화는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보디가드’의 국내 초연을 앞두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네컬(영화를 의미하는 시네마와 뮤지컬의 합성어)’의 역사를 최근 3~4년간 국내 무대에 오른 작품들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음악이 흐르는 영화’가 1순위

뮤지컬 영화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 ‘왕과 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마이 페어 레이디’ 등 브로드웨이 히트작을 영화화한 작품과 ‘42번가’ ‘오즈의 마법사’ ‘메리 포핀스’ 등 뮤지컬 무대와 상관없이 영화 자체를 위해 대본과 음악이 독립적으로 창작된 작품들이다.

1980년대 들어 관객 이탈과 소재 고갈로 어려움을 겪던 영미권 뮤지컬 제작사들은 뛰어난 ‘뮤지컬 독립 영화’를 속속 무대 공연물로 재탄생시켰다. 1933년 개봉작 ‘42번가’와 진 켈리 주연의 1952년 작 ‘싱잉 더 레인’이 대표적이다. 이들 작품은 친숙한 멜로디로 익숙한 고전을 현대적인 공연 기법과 감각으로 재무장해 ‘올드 팬’과 젊은 층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42번가’는 국내에서 ‘브로드웨이 42번가’란 제목으로 1996년 초연된 이후 자주 무대에 오르는 단골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싱잉 더 레인’도 2003년 초연에 이어 2014년 다시 무대에 오르며 인기를 모았다.

뮤지컬 영화는 아니어도 ‘음악이 흐르는 영화’들이 시네컬 제작 1순위다. 2006년 개봉해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동명의 아일랜드 음악 영화 ‘원스’,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이 영화 전편을 휘감는 1992년작 ‘보디가드’는 뮤지컬로 재탄생해 원곡의 감동을 무대에서 고스란히 선사했다. 창작뮤지컬 ‘서편제’도 이 범주에 속한다. 1993년 개봉한 ‘서편제’가 소리꾼 이자람, 대중음악 작곡가 윤일상, 연출가 이지나 등의 협업으로 창작뮤지컬로서는 보기 드물게 완성도 높은 무대를 구현했다.

◆뮤지컬의 옷을 입고 재탄생한 영화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거나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도 뮤지컬 단골 소재다.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에게 유일하게 아카데미 작품상을 안겨준 ‘레베카’(1940년작)는 영화와는 사뭇 다른 뮤지컬만의 문법으로 새롭게 옷을 입고 흥행에 성공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프리실라’ ‘고스트(사랑과 영혼)’ ‘보니 앤 클라이드’도 원작의 명성에 기대어 무대화돼 화제를 모았다. 창작뮤지컬도 마찬가지다. ‘내 마음의 풍금’ ‘공동경비구역 JSA’ ‘번지점프를 하다’ ‘친구’ ‘러브 레터’ 등이 국내 창작진에 의해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영화로는 빛을 못 본 작품이 뮤지컬로 만들어져 성공한 작품도 있다. 지난해 초연에 이어 올해 재연에서도 큰 인기를 모은 팝뮤지컬 ‘킹키 부츠’와 불의와 맞서는 신문팔이 소년들을 그린 ‘뉴시즈’(지난 5월 국내 초연)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로 만들어져 재조명된 뮤지컬

뮤지컬이 영화로 제작돼 더 많은 관객과 만나면서 대중적인 관심을 모은 작품도 적지 않다. ‘맘마미아’ ‘드림걸즈’ ‘레 미제라블’ ‘시카고’ ‘오페라의 유령’ 등은 영화로도 큰 성공을 거두며 뮤지컬 관객층을 넓히는 데 한몫했다. 국내 뮤지컬로는 소극장 뮤지컬의 흥행사를 새로 쓴 ‘김종욱 찾기’가 유일하게 영화화됐으나 흥행에서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