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 복원은 ‘성곽 안팎의 도시경관을 어떻게 구상하고 창조할 것인가’를 최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8일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 17일 수원화성박물관은 박물관 회의실에서 열린 ‘정조대왕의 대업 수원화성’을 주제의 학술대회에서 이달호 수원화성연구소 소장이 “그동안의 화성 복원은 개별 건축물 복원, 구획 복원으로 진행됐다면 이제는 성곽 내외 도시 경관을 핵심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시 경관’이란 도로, 건축물 등의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화성 내외 도시 경관은 중심부 조직, 가로망 조직, 건축물 배치, 공원·유원지 배치 등을 아우르게 된다.

이날 ‘수원화성 복원의 회고와 전망’을 발표한 이 소장은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복원의 위험성을 경고하지만 화성은 축조에 관한 기본 자료인 '화성성역의궤'가 있어 거의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는 특수성이 있다”면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이어 “각종 표석의 원본은 박물관으로 옮겨 원형을 보존하고 그 자리에는 복제품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문화유산은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축만제와 같은 표석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원화성 완공 22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날 학술대회는 염태영 수원시장의 인사말, 옥영정한국중앙연구원 교수·이은주 안동대 교수·한동수 한양대 교수, 이달호 소장의 발표로 이어졌다.

‘화성도(화성 성곽 전체가 묘사된 그림 통칭)를 통해 본 도시 공간의 인식과 표현’을 발표한 한동수 교수는 “화성과 관련된 다양한 형식의 성시도는 화성을 중심으로 전개된 일련의 정치, 사회적 움직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며 “화성에서 벌어진 일련의 활동을 다이어그램화(기호, 선, 점 등을 이용해 설명하는 그림)한 성시도를 제작하고 보급해 의도를 알리고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삼은 것은 다른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매우 독특한 통치 방식”이라고 말했다.

'화성성역의궤와 한글본 뎡니의궤 비교 연구’를 발표한 옥영정 교수는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화성성역의궤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글본 의궤를 편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화성성역의궤는 세밀한 기록이 과감하게 생략되거나 요약됐지만, 한글의궤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은주 교수는 ‘서장대성조도를 통해 본 정조대의 군사 훈련 복식’을 발표를 통해 1795년 정조가 군사들을 이끌고 화성행궁 서장대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그린 ‘서장대성조도’에 표현된 당시 군사 훈련 복식을 분석했다.

염태영 시장은 “수원시는 지난 20년 동안 수원화성을 복원하고, 화성 주변을 성역화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서 “화성을 복원하면서 무형의 자산을 만들고 미흡한 부분은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