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보수·진보로 갈린 미국…시작은 이 두 사람
미국 정치권은 보수주의를 대변하는 공화당과 진보주의를 지향하는 민주당이란 양당 체제로 구성돼 있다. 지난 8일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 전역의 이념 및 정치 지형도가 얼마나 복잡한지 대변했다.

[책마을] 보수·진보로 갈린 미국…시작은 이 두 사람
과연 이 같은 ‘두 갈래 길’이 미국을 분열의 길로 이끌었을까. 앞으로 미국을 조각내 버릴까. 《에드먼드 버크와 토머스 페인의 위대한 논쟁(원제:The Great Debate)》은 그렇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책이다. 미국 워싱턴의 보수계 싱크탱크 윤리 및 공공정책센터 연구원이자 칼럼니스트인 유벌 레빈이 썼다.

아일랜드 출신 영국 철학자 에드먼드 버크와 영국 태생의 미국 이민자 토머스 페인은 국내 일반 독자에겐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미국사를 공부할 때 반드시 만나게 되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프랑스혁명과 미국 독립전쟁이 발발한 18세기 말 활동했다. 라이벌로서 정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화려한 필력과 수사법을 자랑했으며, 철학에 조예가 깊은 정치사상가들이다.

버크와 페인은 같은 시대에 같은 곳을 바라봤다. 두 사람 모두 정치와 생활의 본질을 탐구하고, 끊임없이 도덕적·철학적 질문을 던졌다. 그들은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몇 차례 만나기도 하고, 서신을 통해 논쟁을 주고받기도 했으며, 각자 책을 내면 그에 대한 평을 주저 없이 펼쳤다.

다만 두 사람의 답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버크는 “사회의 변화는 최선의 접근법을 두고 점진적으로 증대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반면 페인은 급진적 혁명과 계몽주의적 자유주의를 강조했다. 특히 프랑스 혁명과 관련해서 버크는 비판적이었고, 페인은 열렬히 환영했다.

두 사람의 의견 차이는 시대와 체제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 버크는 “우리의 첫 번째 신탁은 우리 자신의 시대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또 “급진주의자들이 인간에게서 인류의 집성된 지혜의 혜택을 박탈하고, 그들의 특정한 추정에 대한 맹목적 신도로 만들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비해 페인은 “세상에서 세대는 매일 시작되고 끝나기 때문에 이런 류의 공적 행위를 수행하면 그 세대의 시대가 출범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추정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음 시대는 우리가 그래왔듯 똑같은 권리 원칙에 따라 자기 스스로 생각할 것이며, 떠맡은 우리의 권위가 자기 시대의 시스템을 침해하는 걸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선다.

저자는 버크와 페인의 논쟁을 다루면서 미국사 초반에 나타난 보수주의와 진보주의 구분과 양당 체제의 태동을 부른 혼란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버크와 페인은 정치가 언제나 유동적이며, 정치가의 도전 과제는 사회 이익을 위해 변화를 다스리는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이런 기초적 현실로부터 그들을 분열시키고 그들의 온갖 이론적 탐험과 주장을 형성한 실질적 질문이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결국 버크와 페인의 ‘위대한 논쟁’은 미국을 현재의 강국으로 끌어올린 원동력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보수와 진보란 이름의 두 진영은 결국 하나의 뿌리가 어떻게 갈려 나와 새로운 나무로 자라나고, 그것이 어떻게 미국이란 국가 공동체로 형성돼왔는지 역사를 통해 보여줬기 때문이다.

미국은 갈라지되 갈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갈라질 수 있는 토양이 자유주의에 있다는 점을 저자는 책 전반을 아우르며 강조하고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