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도예작가 이영희 씨가 16~22일 서울 통의동 아름지기에서 여는 개인전에 출품한 ‘청자 옻칠 흘림무늬 주전자 세트’
생활 도예작가 이영희 씨가 16~22일 서울 통의동 아름지기에서 여는 개인전에 출품한 ‘청자 옻칠 흘림무늬 주전자 세트’
늦깎이 도예가로 인생 2막을 살고 있는 이영희 씨(62·사진)는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인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의 부인이다. 젊은 시절엔 남편을 잘 내조하는 현모양처가 그의 꿈이었다. 1990년 미국으로 유학한 자식들을 돌보며 샌프란시스코 새너제이 디안자칼리지에서 도예를 처음 접한 뒤 목표가 달라졌다.

‘실생활에 쓰일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예술가’를 새 목표로 세운 그는 2000년 초 귀국한 뒤 박종훈 단국대 도예과 교수를 만나 본격적으로 도자 공부를 시작했다. 단국대에서 도예연구과정을 수료한 뒤 2014년 대학원 졸업까지 도예 분야에 8년을 투자했다. 도자그릇에 필요한 붓글씨를 비롯해 한국화, 옻칠과 금칠, 자개 기법도 연구했다. 흙을 빚으며 도자예술의 운치에 반했고 그 위에 옻칠과 금칠, 자개를 수놓으며 전통미술 기법에 빠졌다. 그릇을 구우면서는 불의 오묘함에 전율했다. 전통미와 현대적 감성을 접목한 그의 작품은 현대 주거생활에 어울리는 ‘아트’로 불릴 정도로 호평받고 있다.

생활 도자문화를 전파해온 이씨가 이달 16~22일 서울 통의동 재단법인 아름지기에서 개인전을 연다. ‘도자, 무지개를 품다’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는 전통도자와 현대적인 실용 그릇의 역할을 하나로 합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겠다는 일념으로 10여년 동안 매진해온 생활도자의 ‘종합보고서’다. 그릇 도예가로 입지를 굳힌 그는 이번 전시에 옻칠과 금박, 자개를 입힌 근작 도자그릇 60여점을 내보인다. 흙과 불, 옻칠과 금칠이 만나 도자그릇 특유의 스밈과 번짐이 오롯이 살아 있는 작품들이다.

"고려시대 도공의 장인정신 도자그릇에 재현해냈어요"
고려시대 청자를 재현한 ‘청자 자개 파도무늬 삼단 접시’는 장식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작가의 도자기 사랑을 투영한 작품이다. 비취빛 색감을 중심으로 은색 자개톤을 살려냈다. 현대적인 동시에 고풍스러운 데다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작가는 “고려시대 도자기 장인에 대한 존경심을 그릇에 옮겼다”고 설명했다. 고려청자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청자 옻칠 주전자’ ‘청자 금박 잔’ ‘청자 옻칠 흘림무늬 잔과 받침’ 등의 작품도 아늑하면서 넉넉한 멋을 풍긴다.

실용성과 예술성의 조화를 이루는 비결이 뭘까. 이씨는 최근 미국과 유럽을 여행하며 공부한 디자인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그릇을 디자인할 때마다 거기에 올릴 음식을 먼저 생각한다. 그릇은 음식이 담겨야 비로소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그릇과 음식이 절반씩의 가치를 지닌다는 그는 요즘도 매일 10시간 이상 경기 양평 양수리의 작업실에서 도예 사랑을 그릇으로 풀어낸다.

그는 “아침 6시 가마에 불을 지피면서 삽상한 새벽 공기를 빨아들이는 불로 구운 도자그릇이 어떤 음식이든 진수성찬으로 보이게 하는 마법을 부릴 것이라 생각하고 소망한다”며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그릇 정신’을 앞으로도 계속 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02)741-8373

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