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환 씨의 '둥지'
신재환 씨의 '둥지'
청각 및 언어 장애를 가진 조각가 신재환 씨(43)는 장애인 차별에 대한 한을 가슴에 간직한 채 살았다.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몰이해가 서러워 사회 전체를 미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장애는 단지 극복하거나 부정할 대상이 아니라 긍정과 인정의 대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장애를 예술로 승화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일 시간을 잊고 바람 소리와 새의 지저귐을 좇아 하루를 보내며 마음속에 갈망하는 것 그대로를 돌에 새겼다.

8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압구정동 청작화랑에서 열리는 ‘신재환의 둥지-20년의 조각일기’는 신씨가 장애인으로 살면서 매 순간 집중해 잡아챈 특별한 기억에 관한 보고서다. 돌로 일기를 쓰듯 평범한 일상을 기록한 돌조각 30여점을 내놨다. 경쾌하면서도 간결한 작품들은 조그만 행복을 담금질하며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깊이 빠져들게 한다.

신씨는 미술계 ‘마당발’로 불리는 손성례 청작화랑 대표의 큰아들이다. 태어날 때 입은 신경 손상 탓에 한 살 때 청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 운보 김기창 선생처럼 작가가 되겠다”며 동양화를 배웠지만 성장하면서 조각에 더 관심이 갔다. 어머니는 ‘돌조각의 대부’ 전뢰진 선생을 소개해 줬고, 그 문하에서 7년간 조각을 익혔다. 그는 어머니의 혹독한 교육과 보살핌으로 상명대 조소과와 서울시립대 대학원을 거쳐 촉망받는 조각가로 성장했다.

그에게 조각은 장애 때문에 받는 차별적 시선을 녹여내는 용광로다. 그야말로 장애로 얻게 된 차이의 깊이를 깨닫고 자유자재의 경지에서 사랑, 행복, 가정의 평범한 일상을 돌에 되살려냈다.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돌을 밀가루 반죽하듯 유연하고 감각적으로 버무렸다. 단순한 형태와 돌의 질감을 살린 조형미는 전통 돌 조각의 정수를 보여준다. 자연과 인간의 따뜻함이 그립다는 작가는 “그동안 살아온 기적과 앞으로 살아갈 기적을 꿈꾸며 이태백이 산수 환경과 공간 환경을 시(詩)로 읊듯 현대인의 행복을 돌에 새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02)549-311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