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장서표를 보면 책 주인 성향이 보인다
노먼 언호르닝 뉴욕주립대 역사학과 교수는 애서가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책에 주인을 표시하는 고유의 표식인 ‘장서표(藏書票)’를 만들어 붙인다. 그의 장서표에는 웃통을 벗은 남자가 그려져 있다. 남자는 왼손에 책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교수형 올가미를 가리키고 있다. 머리 위 말풍선엔 “책 도둑의 최후는 교수형뿐”이라는 말이 적혀 있다.

쯔안 중국 미술가협회 장서표연구회 이사는 《책 도둑의 최후는 교수형뿐이라네》에서 찰스 디킨스 등 19세기 유명 작가부터 언호르닝 교수까지 세계 각국의 장서표 200개를 소개한다. 장서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애서가의 취향과 특징을 가장 잘 담아내는 상징이다. 장서표 주인이나 시대에 관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그 안에 숨은 의미를 읽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는 “초기 장서표는 실용성을 강조했으나 요즘 들어선 예술성을 훨씬 중시한다”며 “풍부한 이미지나 색을 사용해 예술적 가치가 높은 것도 많다”고 설명한다. (쯔안 지음, 김영문 옮김, 알마, 408쪽, 1만55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