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뮤직을 매력적인 관광소재로 키우자
‘관광으로 돈 벌기 포기한 나라, 한국.’ 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헤드라인이었다. 지난 4일자 한국경제신문의 기획 기사인 ‘관광 코리아! 이대론 안된다’의 A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칸, 니스와 모나코를 앞세운 남프랑스가 물려받은 수려한 유산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는 왜 이 지역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관광지인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줬다. 어디 프랑스뿐일까.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와 관광지들은 지금도 새로운 매력 개발에 한창이다. 새로운 매력 개발에서는 어떤 주제를 갖고 어떤 스토리텔링을 할지가 늘 중요한 문제인데 최근에는 ‘음악’이 중요한 주제로 자리 잡았다.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와 함께 대중음악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밴드로 평가받는 스웨덴 출신의 혼성 4인조 그룹이 아바(ABBA)다. 매년 스웨덴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이 아바의 유산을 찾기 시작하자, 수도 스톡홀름에 2013년 아바박물관이 개관했는데 매년 30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아바와 같은 대형 글로벌 아티스트가 없는 인근 국가들도 음악을 앞세운 새로운 관광 명소를 열고 있다. 로스킬레 음악축제로 유명한 덴마크는 이 축제가 열리는 지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지난 4월 대중음악을 소재로 하는 박물관을 열었다. 노르웨이는 2010년, 아이슬란드는 2014년에 자국의 음악을 알리기 위한 대중음악박물관을 개관했다.

대중음악을 활용한 관광 명소 개발은 꼭 박물관처럼 대형 프로젝트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올초 세상을 떠난 영국 출신 록가수 데이비드 보위가 예술적 창작활동이 최고조일 때 살던 독일 베를린의 집에는 베를린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8월 기념 동판이 제막됐다.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인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라이브 음악 클럽 레인보(Rainbow)는 평생 이곳을 사랑하다 지난해 말 숨진 영국 출신 록밴드 모터헤드(Motorhead)의 리더이자 메탈 음악의 선구자인 레미 킬미스터를 기리기 위한 동상을 두 달 전에 공개했다. 영국 출신 아티스트들을 앞세워 독일과 미국이 음악 관광 명소를 개발한 셈이다.

음악을 관광자원의 주요 소재로 활용하는 현상은 지난 6~8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뮤직페어인 ‘뮤콘 2016’ 행사에서도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축제로 유명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과 비틀스를 배출한 영국 리버풀이 어떻게 세계적인 ‘뮤직시티(music city)’로 부상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논의가 오갔고, 서울은 세계적인 뮤직시티로서의 가능성이 있을까에 대한 대화도 이어졌다.

K팝을 중심으로 한 K뮤직의 글로벌 인기, 방한 관광객 증가 등은 분명 매력적인 소재로 평가됐다. 한국 근대사에서 미8군 무대와 사전검열, 금지곡, 민주화운동 등은 한국만의 독특한 대중음악 환경을 만들어 냈고 이 역시 다른 나라에서는 찾을 수 없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 될 가능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 하지만 문화적인 접근보다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정치적인 접근을 강조하는 한국의 음악 관련 관광 명소 개발은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나왔다. ‘음악을 활용해 관광으로 돈 벌기를 포기한 나라, 한국’과 같은 안타까운 제목의 후속 기획 기사를 보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조현진 < 국민대 특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