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호와 심항산을 휘도는 오솔길인 종댕이길.
충주호와 심항산을 휘도는 오솔길인 종댕이길.
충주 풍경길은 바람과 구름이 함께 가는 길이다. 남한강과 충주호 계명산까지 두루 볼 수 있고 역사유적지까지 돌아볼 수 있어 갈수록 길을 걷는 이들이 늘고 있다. 풍경길이 좋은 이유는 사람 이야기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에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과 풍경길을 걸으며 사랑을 속삭여보면 어떨까?

아름다운 호수길이 일품인 종댕이길

충주 풍경길은 남한강과 충주호, 계명산 등 뛰어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조성된 7개 코스 68.39㎞ 길이다. 충주 풍경길을 걸으면 호수와 산 역사유적지를 모두 돌아볼 수 있다. 풍경길은 내륙의 바다 충주호와 심항산을 휘도는 오솔길인 종댕이길(7.25㎞)을 비롯해 전국 문화생태탐방로 10선에 선정된 역사유적지를 돌아보는 중원문화길(25.7㎞), 남한강을 따라 걸으며 억새꽃이 군락을 이루는 자연이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비내섬을 볼 수 있는 ‘비내길(18.29㎞)’을 비롯해 강변길(1.6㎞), 반기문 꿈자람길(5.9㎞), 소조령길 마당바우 구간(7.35㎞), 하늘재길(2.3㎞) 등이 있다.

충주 풍경길 중 한 코스인 종댕이길에서 걷기 여행을 시작했다. 종댕이길은 계명산 줄기인 심항산(해발 385m)의 아름다운 호수 풍경을 따라 걸으면서 풍광도 즐기고 사색도 할 수 있도록 조성된 호반 숲길로 충주호의 아름다운 경관을 벗하며 걸을 수 있다. 우거진 숲의 다양한 식물과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충주호의 아름다운 경관을 탐방할 수 있고, 경사가 비교적 완만해 가족 단위 탐방에도 더없이 좋은 숲길이다. ‘종댕이(宗堂)’라는 말은 인근 종댕이 마을에서 비롯됐으며 심항산을 종댕이산이라고도 한다.

종댕이길의 핵심 구간이라 할 수 있는 심항산 둘레를 돌아가는 호반길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걷는 3.8㎞ 구간이다. 숲해설안내소에서 포장된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생태연못이라 불리는 작은 연못을 만나게 된다. 여기에서 숲으로 난 길로 들어서며 종댕이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심항산 자락에는 원터정이라 명명한 육각정과 밍계정이란 정겨운 이름이 붙은 팔각정 등 정자 2개와 충주호를 발밑으로 내려다볼 수 있는 2개의 조망대, 그리고 2곳의 쉼터 등 쉬면서 충주호를 바라볼 수 있는 여섯 군데의 전망 포인트가 있다. 종댕이 전망대는 충주호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넓게 볼 수 있는 곳이다. 탁 트인 호수의 정취를 느끼며 가슴을 펴고 따뜻한 햇볕과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

볼거리 풍성한 하늘재길

하늘재 정상석. 이곳에서 문경 방향으로 시원하게 트인 절경을 볼 수 있다.
하늘재 정상석. 이곳에서 문경 방향으로 시원하게 트인 절경을 볼 수 있다.
하늘재길은 초입부터 국보급 볼거리가 풍부하다. 시작점인 충주 미륵대원지(사적 제317호)에는 충주 미륵리 석조여래입상(보물 제96호)을 비롯해 석등과 오층석탑(보물 제95호), 사각석등, 석조 귀부(돌거북), 당간지주 등 사찰의 중요한 석조 문화재들이 남아 있다. 미륵대원지 좌측으로는 대규모 역원이 있었던 미륵리 원터가 이웃한다.

미륵리 원터를 지나면 본격적인 하늘재길에 들어선다. 길 이름은 하늘재지만 백두대간 월악산의 수림이 울창해 2㎞ 정도의 산책 중에 하늘을 시원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은 찾기 힘들다.

하늘재길의 장점은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다. 산책하는 내내 재미있고 유익한 안내판을 만날 수 있다. ‘영원한 경쟁자, 소나무와 참나무’, ‘나무의 일기장, 나이테’, ‘숨 쉬는 보약창고 산림욕’ 등 길지 않은 안내판의 내용을 하나하나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늘재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연아 닮은 소나무’. 피겨스케이팅 스파이럴 자세와 똑같은 모양의 소나무가 신기하다.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의 경계를 지나면 하늘재 정상이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문경지역으로 나가 우측에 있는 ‘하늘재 정상석’ 전망대에 올라보자. 전망대에 오르는 순간, 왜 하늘재라는 이름을 얻었는지 실감하게 된다. 하늘재 정상석 앞에 서면 문경 방향으로 시원하게 트인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충주=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명물' 순대만두골목서 허기 채우고 '추억' 쌓고

[여행의 향기] 억새꽃 벗삼아 느릿느릿…충주 풍경길, 가을이 물들다
충주는 충주천을 따라 자유시장, 무학시장, 공설시장, 충의시장, 풍물시장이 한곳에 모여 있어 전통시장 구경의 재미를 더한다. 하나의 거대한 시장 같지만 다른 시장이 함께 어우러져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충주 전통시장의 최고 명소는 단연 순대만두골목이다. 자유시장에서 이어지는 무학시장과 공설시장 사이 골목에 자리한 순대만두골목은 충주의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꼭 찾아가는 명소다. 순대와 만두를 파는 가게들이 길 양옆으로 나란히 들어서 있다.

순대골목의 순댓국은 시래기를 넣은 국물 맛이 일품이다. 한쪽에서 팔팔 끓는 시래기 국물을 뚝배기에 떠서 먹음직스럽게 썰어낸 따끈한 순대를 말아낸다. 시래기 국물이라 더욱 담백하다.

지금은 시래기순댓국과 함께 감자만두(사진)가 충주의 순대만두골목을 대표하는 메뉴로 자리 잡았지만, 골목이 생길 때만 해도 감자만두라는 메뉴는 없었다. 이곳에서 감자만두를 처음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은 대우분식. 27년 전 자유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해 김치만두와 고기만두를 메인으로 팔다가 15년 전쯤부터 감자전분으로 만두피를 빚어서 감자만두를 만들었다. 물론 ‘전통의’ 김치만두와 고기만두도 여전히 인기 메뉴다. 순대와 만두를 함께하는 집도 있지만, 대부분 순대 또는 만두만 전문으로 한다. 순댓집에서 만두 주문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