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날 선 대화 속 감춰진 '심리 게임'
아이가 누워 TV를 본다. 엄마가 심문하듯이 묻는다. “너 숙제 다 했어?” 아이가 세게 되받는다. “알아서 할 거야. 학교 갔다 학원 갔다 바빴단 말이야. 난 좀 쉬면 안 돼?” 엄마는 빈정거린다. “그렇게 해서 점수가 그 모양이니? 웬만큼 하고서 그런 소리를 해야지.” 아이는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그래, 난 바보거든. 그러니까 대학도 안 갈 거야.” 엄마는 한숨을 쉰다. “왜 너와는 항상 이런 식인지….”

프랑스 심리치료사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나는 왜 네가 힘들까》에서 자녀나 부모, 연인, 배우자, 직장 동료 등과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다툼의 저변에 깔린 ‘심리 게임’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상대가 던지는 ‘떡밥’을 피하고, 자기 약점을 보호하는 등 소모적인 게임에서 벗어나는 요령을 제시한다. 저자는 “심리 게임을 파악하고 해체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며 “먼저 자신과 충분히 거리를 두고 스스로에게 정직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부키, 200쪽, 1만38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