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홍릉 숲, 관측이래 가장 늦은 단풍 일정

폭염에 이은 늦더위로 올해 단풍이 예년보다 열흘 이상 늦게 시작됐다.

18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과학원 내 홍릉 숲의 단풍은 지난해보다 열흘 이상 늦게 시작됐으며, 이는 홍릉 숲 단풍 관측 이래 가장 늦은 것이다.

홍릉 숲 단풍은 평균적으로 9월 말부터 은 단풍, 꽃 단풍, 신나무 등 다양한 단풍나무 종류를 시작으로, 좁은 단풍, 신갈나무, 단풍나무 등이 물들어 10월 말이 되면 단풍의 물결이 절정을 이뤘다.

하지만 올해는 평년보다 1.7배 높았던 여름 기온과 평년보다 46% 적은 강수량, 여기에 폭염 주의보와 10월 초까지 이어진 늦더위(평년보다 2.3도 높은 기온)까지 겹쳐 단풍 시기가 늦어졌다.

10월 중순 갑작스러운 기온 저하로 단풍 초기의 잎들이 하나둘 떨어져 버리는 현상까지 관찰돼, 이후 단풍에 영향을 주는 기온 변화, 일조시간, 강우량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나무는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기온, 점차 커지는 일교차 등을 신호물질인 호르몬(앱시스산)이 감지해 월동준비를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진다.

따라서 가을 단풍이 아름다워지려면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 없이 서서히 낮아지는 기온 조건과 함께 낮과 밤의 온도 차가 크고 하늘이 청명해 일사량이 많아야 한다.

여기에 적절한 습도도 필요하다.

붉은색을 띠는 안토시아닌은 온도가 서서히 내려가면서 영하로 내려가지 않고 햇빛이 좋을 때 색채가 가장 아름다운데, 날씨가 너무 건조하면 단풍이 들기 전에 잎이 타버려 맑고 고운 색의 단풍을 볼 수 없게 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07년부터 홍릉 숲에 있는 단풍나무, 화살나무, 신갈나무 등 단풍이 드는 45 수종을 대상으로 9월부터 매일 나무줄기 전체의 단풍 비율(%)을 모니터링해 수종별 단풍 개시일(나무줄기의 10% 이상 단풍이 든 시기)을 나타낸 홍릉 숲 단풍달력을 발표한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김선희 박사는 "10월 초순까지 이어진 늦더위와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 게다가 10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지는 가뭄 소식까지 겹쳤다"며 "가뭄으로 인해 충분히 단풍이 들기도 전에 잎이 마르고 떨어져 버리면 아름다운 단풍을 감상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단풍철을 맞아 산행객들의 발길이 늘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불 발생 위험이 큰 만큼 바람이 잦은 가을철 조그만 불씨가 대형 산불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y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