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공간서 듣는 아늑한 국악 선율
아담한 공연장에서 국악 실내악을 연주하는 공연이 잇달아 열린다. 옛사람들이 사랑방에 모여 듣던 전통 음악의 진수를 가까이서 만끽할 수 있는 기회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오는 19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테마가 있는 실내악’을 연주한다. 512석 규모의 중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의 주제는 타법. 타법은 악기를 두드리는 식으로 소리를 내는 주법을 뜻한다. 북과 장구, 징, 꽹과리 등 잘 알려진 타악기뿐 아니라 줄을 두드려 소리를 내는 양금 등 현악기도 무대에 오른다.

연주자 겸 작곡가 박동욱이 지은 ‘하늘과 땅, 그 빛과 소리’를 초연한다. 국립교향악단 수석 팀파니스트 출신인 그는 타악 장단에 양금과 피리 연주를 아우르는 곡을 썼다. 고(故) 강준일의 ‘사물과 피아노를 위한 열두거리’, 거문고 연주자 정대석의 거문고 협주곡 ‘미리내’ 등도 들려준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실내악은 대규모 국악관현악 무대보다 다양한 음악적 실험이 가능하고, 관객은 연주자의 기량을 가까이서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3만~4만원. (02)2280-4114

서울시국악관현악단(사진)은 오는 26~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443석)에서 ‘백화난만’을 연다. 사흘간 국악 실내악곡 18곡을 확성 장치를 쓰지 않은 자연음향 연주로 들려준다. 작곡가 유민희가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프리다 칼로를 위한 발라드’, 창작국악그룹 ‘불세출’의 리더 최덕렬이 국악 장단에서 홀(홀수)의 의미를 표현한 ‘홀’, 서울시국악관현악단 피리 연주자 성시영이 현대 사회의 모습을 담아낸 ‘불안의 시간’ 등을 초연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도 매일 한 편씩 연주된다. 이건용이 작곡한 ‘풀’과 계성원이 곡을 붙인 ‘접동새’는 각각 시인 김수영, 김소월의 동명 시에서 제목을 따왔다. 박경훈의 ‘거문고’는 김영랑의 시를 바탕으로 쓴 여창 가곡에 거문고 3중주를 더했다. 음악평론가 현경채 씨가 해설을 맡는다. 그는 “연주자 개개인의 섬세한 연주가 돋보이는 실내악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석 2만원. (02)399-1000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